[기자수첩]김성호 서울주재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恨)과 한일 병탄의 역사는 대한민국 후손 모두 반드시 가슴깊이 새겨둬야 할 치욕의 역사다. 역사를 직시해야 역사의 퇴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를 직시하는 것과 역사에 얽매이는 것은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보상문제에 관해 지난해 12월 28일 전격 합의했다.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게 분명하고,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합의에 ▶국가적 차원의 사죄·배상 명분화 ▶현재와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교육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사업 ▶책임자 처벌 등이 제시돼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우리 정부의 외교력 부재라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군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위안부로 고통을 겪고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한 것은 그간의 일본의 행태로 봤을 때 분명히 진일보한 반성과 사죄로 보인다.

특히 뒤돌아 딴 소리하는 일본이지만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이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합의'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 또 다시 딴 소리를 하면 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다.

이제 한일 병탄의 치욕적 역사에서 한발 나아가야 한다.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과거 대한민국은 일본의 식민지였고, 우리 국민의 인권은 철저히 유린당했소"라고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킬 것인지 깊이 고민해봐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용서는 하지만 잊지는 않겠다"는 말처럼 대승적인 차원에서 일본 정부의 합의사항 이행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의 철거를 요청하고 있는 모양이다. 내 나라 내 땅에 설치한 소녀상을 일본이 왜 철거를 운운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적 동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분명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의 치졸한 언론플레이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잃은 것이 10억엔밖에 없다는 일본 정부 아닌가. 대한민국과 우리 할머니들은 지금껏 돈 때문에 인내해 온 게 아님을 모를 리 없는 저들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서도 정부는 강력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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