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불황'은 신문 경제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용어다. 올 겨울 들어 추가된 용어가 있다.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이다. '슈퍼 엘리뇨' 현상으로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하다고 하지만 직장인들의 마음에는 온기가 사라졌다. 대신 찬바람이 불어 닥친다. 글로벌 경제리스크라는 변수가 우리경제를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 한국경제의 키는 G2가 쥐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G2는 미국과 중국을 말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속도와 파장, 중국의 성장둔화 폭에 따라 한국경제도 좌지우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새해부터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다. 사업재편과 인력감축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구조조정 바람은 중소기업에 더욱 차갑게 불어닺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증권사부터 칼바람이 불고 있다. 수익이 악화됐고 이른바 '핀테크'로 대표되는 기술과 금융의 융합이 점점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대면 거래가 감소해 일자리도 줄었다. 또 증권사간 M&A가 가속화되는 것도 인력구조조정의 배경이다. 올해만 5개 증권사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뿐만 아니라 건설회사도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지방건설사와 중소 제조업체에도 파급될 전망이다.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회생시킨 대표적인 인물은 잭 웰치 전 GE회장이다. 그는 직원을 너무 많이 잘랐다고 해서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CEO의 우상으로 추앙받는다. 능력과 성실성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사심 없이 퇴출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잭 웰치는 전 직원을 상위 20%, 중위 70%, 하위 10%를 분류해 하위 10%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걷어냈다. 그는 "가장 잔인하고 거짓된 친절은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을 붙잡아 두다가 생활비와 자녀교육비가 많이 들어 갈 때 쫓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사람을 뽑을 때는 신중히 하면서도 해고는 쉽게 한다. 인력감축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해고에도 일정한 조건과 원칙이 필요하다. 어떤 기업도 영원할 수 없듯이 모든 직장인은 언제가 회사를 떠난다. 조직에 몸을 담은자의 숙명이다.

다만 떠나가는 자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 회사 브랜드는 추락한다. 지난해 일부 기업에서 20대와 30대 직장인들의 명예퇴직을 신청 받으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평생직장은 옛날 얘기가 된지 오래라지만 40~50대가 돼야 맞닥뜨리게 될 줄 알았던 퇴직 문제를 이제 회사에 갓 입사한 20대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된것은 황당한 현실이다.

20대 명퇴를 시도했던 두산인프라코어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자 그룹오너까지 나서서 수습했지만 이미지 실추를 막을 순 없었다. 턱없이 적은 '명퇴금'으로 직원을 거리로 내모는 기업도 좋은 평가를 받긴 힘들다. 만남보다 이별이 중요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했다. 회사나 개인이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은 어느 생태계나 마찬가지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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