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한인섭 부국장 겸 정치부장

2014년 10월 30일 선거구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던 헌법재판소는 요즘같은 '선거구 무효' 사태를 예상했을까. 중앙선관위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운영 파행은 그렇다 치자. 19대 의원들이 시간끌며 이렇게 배짱을 부릴줄 알았을까. 여의도 문턱에 발 들이려는 정치신인들 골탕 한번 제대로 먹어보라는 식이니 말이다.

공직선거법 제25조 제2항 별표 1 '국회의원지역선거구획정표'가 법적 효력을 상실했던 것은 2015년 12월 31일 이었다. 일부 출마자들은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법적 자격이 상실된다며 우려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법률에 정통한 일부 법조인 출신들이 나섰다. 이 무렵만 해도 '국회 선거구'를 활용한 대언론 정치 마케팅 정도로 간주됐다. 그러나 총선 D-91일을 앞둔 시점까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가동 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구를 현안 쟁점법안과 연계 처리하자며 서로 치고받고 하세월 아닌가. 비례대표 의석수, 축소가 예상되는 농어촌 등 쟁점 사안에 대해 여·야가 한치의 양보가 없는 상황이다.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사활을 건듯한 양상이다. 1월 임시국회 일정에 돌입한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 11일 선거구 획정안과 주요 쟁점법안을 놓고 재협상에 나섰지만, 결과는 '도루묵'이었다. 이들은 6시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기존 입장만 되풀이 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총선 예비후보들과 출마 예정자들은 아우성이다. 선관위가 왜 예비후보 등록 신청 접수를 하지 않냐는 것에서부터 후원회 등록까지 모든 업무가 스톱이 되지 않았나. 전국에서 법적 조치니, 고발이니 정치권을 향해 '주먹질'이라도 할 태세가 됐다.

결국 여야 원내지도부가 지난 11일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 허용과 기존 예비후보 선거운동 연장 조치를 권고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은 껏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 비아냥이 어울리는 조치였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의 속셈은 정치신인들을 고려한 것만은 아닌듯 하다. 현역의원들도 총선 'D-90'일 되는 14일부터는 의정보고회가 금지된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현역'도 선거운동에 제한을 받아 같은 취급을 당한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구 실종 사태는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한달 전에나 매듭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선거구 변동이 예상되는 지역의 혼란이 두달이나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충북만해도 청주권과 남부 3군, 중부 4군은 말그대로 '깜깜이 선거'가 된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다시 들여다 봤다. 헌재는 인구편차 허용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자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며 국회 역할을 이렇게 전망했다. "다음 선거까지 약 1년 6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고, 국회가 국회의원선거구를 획정함에 있어 비록 상설기관은 아니지만,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앙선관위)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로부터 다양한 정책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선거구 조정의 현실적인 어려움 역시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완화할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시간적 여유나 조정 능력을 모두 낙관했던 것이다.

헌재의 결정 취지에 요즘 상황을 대입해 보자. 헌재의 낙관이 오류인가, 국회의 파행을 탓해야 할까. 더러 시각차가 있겠지만, 국회에 '돌팔매질'이라도 하고 싶은 이들이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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