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 교정자문위원

옛날 만주에는 무장을 하고 떼를 지어 다니면서 사람들을 해치는 비적(匪賊) 무리가 엄청나게 많았다고 한다. 마적, 화적, 공비, 각양각색의 비적들 중 폐해가 가장 컸던 비적은 법으로 양민을 가렴주구하는 법비(法匪)였다고 한다. 과거 법비는 자신의 곳간을 채우기 위한 수탈형 무리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포화된 송무시장에서 일거리를 찾지 못해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한 생계형 법비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법을 다루는 변호사는 타직업군에 비해 더욱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2013년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각종 범죄 혐의로 입건된 변호사가 544명이고 그 중 재산 범죄에 연루된 변호사가 238명에 이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수치는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형사처벌을 받은 변호사들의 범죄형태를 보면 의뢰인이 맡긴 공탁금을 임의로 찾아서 써버리거나, 의뢰인에게 돌려주어야 할 판결승소금을 무단히 사용하고 사무직원의 급료를 지급하지 못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는 등 생계형 범죄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한변협에서는 그 원인을 변호사 공급과잉에서 찾고 있다. 작년에 변호사 협회장 선거에서 주요한 공약중의 하나로 변호사 공급을 줄이겠다는 분이 당선된 것에 비추어 많은 변호사님들도 그와 같은 분석과 해결방법에 동의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적절한 수요를 견인하지 못한 법조인력 공급과잉이 있었다는 부분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를 변호사 배출인원 감소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복리증진에 반하는 처사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공급된 변호사 직역을 확대해 국민에게 보다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널리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

물론 지금도 변협이나 개별 변호사들도 직역확대를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다. 기본적으로 변호사는 변리사업무, 노무사업무, 세무사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고, 점점 유사직역 업무를 주로하는 변호사들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들을 보호하고자 변협에서는 변호사 직역수호를 명분으로 해 기존 해당 직역 종사자들과 연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에는 변호사가 포괄적인 컨설팅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직접적인 부동산 중개를 하지 않고 컨설팅의 형태로 부동산 중개 업무만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로펌도 생겼다고 한다. 그 로펌은 기존의 공인중개사의 중개료에 절반도 미치지 않는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니 기존 공인중개사님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해당 유사직역 자격사가 추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그 직역에 관해 보다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전통적인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분야에 변호사 타이틀만을 앞세워 남의 밥그릇 빼앗기 식으로 직역을 확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직역확대라 할 수 없다.

단지 기존 종사자들의 수입이 변호사에게로 이전되는 것일 뿐 새로운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빼앗기는 입장에서는 시장에 진입하는 변호사들이 법비로 받아들여질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변호사 직역확대는 미지의 법무영역을 개척하거나, 국외로 외연을 확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 세계 최고의 로펌 대다수는 영국로펌이다. 영국은 법정에서 소송을 하지 못하고 자문만 하는 솔리시터와 전통적인 법정 변론을 하는 배리스터라는 이원적 변호사 체계를 가지고 있다. 법정 활동에 제한이 있던 솔리시터들은 영국 자본이 해외로 진출할 때 함께 해외로 진출하였고, 결국에는 국부를 지키고, 영국인의 권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그들 스스로도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형태가 바람직한 변호사 직역확대의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도 대기업의 대규모 자본진출은 물론이고 동남아의 값싼 노동력을 찾는 중소기업의 동남아 진출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변호사들도 국내 송무시장에 집착하거나 유사직역의 침범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할 것이 아니라, 영국 솔리시터같이 해외진출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변협도 인접직역과의 밥그릇 전쟁이나 변호사수의 통제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법조직역을 개발하고 젊은 변호사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제까지 내수시장에서의 밥그릇 전쟁만 하고 있을텐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