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영동대학교 교수

갈등과 발전은 상관성이 높다. 갈등은 기원전의 아테네시대, 조선시대, 현대의 한국사회 등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또한 둘 이상의 사람이 모이면 갈등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갈등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거대한 파도와 같기도 하고, 인간관계를 변화시키는 작은 충격파이기도 하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갈등의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갈등을 풀어가는 방법론에 따라 국가의 성쇠가 엇갈리기도 한다. 예컨대 공화정을 채택했던 시기의 로마는 강성했다.

공화정에서는 갈등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식의 토론 문화를 형성했으며, 평민 출신에게도 정부기관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추구하였다.

그러나 제정시대에는 황제의 독단으로 갈등이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토론 문화도 사라졌다. 이후 로마는 멸망한다.

갈등은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발생하는 한 현상이다. 따라서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또한 갈등은 인간의 사고를 극대화시키는 촉매제 역할로 작용하기도 한다.

갈등 속에서 벌어지는 적극적인 자신의 방어적 논쟁이 상대를 발전시키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브레인스토밍이 되어 자신의 발전을 도모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갈등이 없거나 분열적 결론으로 진행되는 갈등은 제정 시대의 로마의 멸망을 보듯 양자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도 이익에 대한 다툼의 확산과 소통을 단절시키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얼마 전 모 경제신문에서는 민주노총 행위에 대해 1면을 할애하여 비판하였다. 기자는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노동조합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비판하였다.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존재하는 갈등에 대해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한 쪽만을 비판함으로서 소통을 단절시키는 오류도 매우 큰 문제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아질 수가 없다"는 절망과 체념을 이야기하는 노동자가 있다고 하자. 결론적으로 이 노동자의 생각에 대해 시비를 걸 필요는 없다. 사람의 문제인지, 사회의 문제인지 대화와 토론을 통해 갈등하는 원인의 분석이 중요하다.

어떤 사회가 공정한 사회인가라는 화두는 인류사회의 오랜 질문이다. 김동인 소설 '붉은 산'에서는 비도덕적이고 몰염치한 인물인 '삵'까지도 숭고한 민족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한다. 우리 사회가 심각한 갈등을 맞이한다고 해도 공정성을 담보한 판단과 기준이 분명하다면 그 갈등은 발전하는 초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강한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의 저자는 인류역사는 자유로운 신분의 이동, 견제와 균형, 신뢰와 법치가 사회발전을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대한 해석은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발전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핫이슈인 무상복지에 대한 갈등도 이상적 공익과 합리적 공익의 개념에서 충돌하는 것이다. 사회의 생명력 유지를 위해 사익을 차단해야 하는지 또는 개인의 이기심에 의해 경제가 발전한다는 이론처럼, 개인의 노력이 공익의 근거가 된다고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이는 개인이 훌륭해지면 사회는 저절로 훌륭해진다는 노자의 사상과 사회가 똑바로 서면 개인도 똑바로 선다는 공자의 사상과도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갈등 속에서 국가는 현실을 반영한 발전적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공익을 위해 개인의 가치를 얼마나 내 놓아야 하는지 국가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국민에게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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