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설 코앞 … 일거리 찾는 사람들

일 기다리는 일용직 근로자4일 새벽 5시 청주시 일자리종합지원센터를 찾은 사람들이 새벽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작정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김재민 기자] "오늘도 허탕치면 일주일째 …, 12월~3월까지는 일거리 보릿고개."

설 명절이 코앞에 다가온 4일 오전 5시 30분.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이지만 청주시 상당구 수동 인력시장(청주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으로 50여 명의 남성들이 모여들었다.

아직은 매서운 날씨에 털모자와 두툼한 외투를 챙겨입고 나온 이들은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지만 '오늘만큼은 일거리를 반드시 찾아야한다'는 생각은 모두 같았다.

15년째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37)씨는 사랑하는 아내와 3남매를 위해 일터를 찾았다고 했다.

"올해 큰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부모가 되는데 애들 교육비, 양육비 등 걱정이 큽니다. 원래는 건설회사에서 근무했는데 급여가 적어 그만두고 인력시장에 나왔습니다."

김 씨는 "회사생활이 낫지 않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원룸 공사현장에서 전문적인 일을 주로해서 수입이 나쁘지는 않다"며 "최근 청주지역에 일거리가 많이 줄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족들을 위해 주말을 빼고는 매일 일거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용직 10년차인 송모(64)씨는 자신의 노후를 위해 나왔다고 했다. 송 씨는 10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때부터 공사현장을 다니며 청소부터 자재정리, 미장 등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추운 날씨 탓에 '일'을 잡지 못한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무료로 나눠주는 아침 식권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신동빈

송 씨는 "두 아들 모두 취직은 했지만 자식들은 자식이고 나는 나"라며 "집에서 쉬면 오히려 불편하다. 그런데 12월부터 3월까지 일거리에도 보릿고개가 찾아와 걱정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송 씨의 말에 권모(59)씨도 말을 보탰다.

"오늘도 허탕을 치면 일주일째입니다. 겨울에는 일거리가 없어 거의 논다고 보면 되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 새벽에 일어나 이 곳을 찾고 있습니다."

권 씨는 "경기도 어려운데 날씨까지 추우니 막막한 심정"이라며 "명절에 조카들과 함께 보낼 예정인데 오늘 소일거리라도 하고 돌아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말하기도 했다.

김두호 청주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장도 "매일 아침 100여 명의 근로 희망자들이 찾아오지만 겨울에는 일거리가 없어서 그냥 돌아가는 분들이 많다"며 "다만 농촌지역에서 딸기따기 등 소일거리가 있으면 그날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날도 명절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가족'을 위해 일하기를 소망했지만 일터로 향하는 차량에는 일부 근로자들만 오를 수 있었다. / 김재민

mean0067@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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