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권 어린이집 57곳이 국가보조금을 부정하게 빼돌린 것이 드러나 경찰로 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들 어린이집 원장들이 소속 보육교사가 모 평생교육원에서 정상적으로 직업능력개발훈련을 받은 것처럼 꾸며 국가 보조금을 가로챈 사실을 확인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미 일부 어린이집 원장과 출석기록을 조작하는데 도움을 준 평생교육원 관계자도 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것으로 보도됐다.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것이 국가보조금 비리 사건이다. 국가보조금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눈먼 돈'이라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또다시 확인됐다. 국가보조금 부정수급은 거의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번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린이집과 평생교육원이 손발만 맞추면 얼마든지 나랏돈을 빼돌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의 사업주는 소속 근로자나 채용 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시행할 때 일정액을 지원받는 것을 악용했다.

보육교사들이 위탁 훈련기관에서 직업훈련을 했다는 서류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제출하면 어린이집은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 정부 보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통상 교육생들의 프로그램별 출석 일수가 80%가 넘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어린이집들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원장이 대리 출석하거나 출석 기록을 조작하는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출석 일수를 채워 보조금을 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60곳에 육박하는 어린이집이 관여됐다면 부정하게 타먹은 보조금 규모도 상당할 것이다.

정부는 국가보조금으로 인한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지난해부터 이를 막기 위해 유사·중복 국고보조 사업을 통·폐합하고 정보공개를 확대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를 비웃듯 부정수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가보조금은 정부가 지자체나 민간에 지원하는 돈이다. 지난 2007년 32조원 규모이던 국고보조금은 해마다 늘어 2014년 50조를 돌파했고, 지난해는 52조5천억원에 달한다. 보조금 관리법은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보조사업의 중복·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지난해 수사기관 등이 적발한 국고보조금·지원금 비리 규모는 1천700억원대에 이른다.

실례로 2년 전 광주광역시에서는 어린이집의 약 40%가 각종 법규를 어겨 운영하다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충북에서도 지난해 어린이집 원장이 시간제 교사를 전일제 교사라고 속여 등록한 뒤 7개월간 보조금 210만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청주 모 어린이집 원장은 2009년 8월부터 4년여 간 보조교사를 정교사인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조금 1억4천여만 원을 부당 수령했다. 적발된 것만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최근 몇 년 새 복지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무상급식, 누리과정 예산문제로 지자체와 교육청, 정부와 교육청간 대립과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재정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가보조금이 줄줄이 새고 있다면 심각한 현상이다. 정부는 관련법을 강화시켜서라도 국가보조금 부정수급 비리를 저지르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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