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명절 연휴가 끝난 뒤 '명절증후군'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장거리 운전을 비롯해 불규칙한 생활, 과음이나 과식, 과도한 가사노동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등 연휴기간 후 생활리듬이 깨져 버리는 것이다.

보통 주부들에게 찾아오는 명절증후군이 얼마 전부터는 청년들에게 더 강도 높게 다가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 바로 취업과 결혼 문제이다.

취업을 갈망하는 청년들은 우수한 스펙임에도 불구하고 그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돈 벌이를 할 수 없으니 결혼은 꿈도 못 꿀 지경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할 나이는 훌쩍 넘겼는데 명절은 다가오니 시나브로 찾아오는 자괴감으로부터 청년들의 스트레스는 가중된다.

명절날 고향으로 가기보다 오로지 취업의 문 턱 앞에서 정다운 가족과 친지를 오히려 피하고 싶은 그 마음은 오죽할까?

가족들과 함께 차례를 지내며 덕담을 나누거나, 연휴를 틈타 국내외를 여행하는 명절 풍속이지만 여전히 학원이나 도서관에서 대부분을 보내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여간 마음 아프지 않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 취업의 문은 좀처럼 넓어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속에 수출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자금회전이 원활하지 않으니 투자를 기피하며, 직원감원의 긴축 경영체제가 점차 만연되고 있다. 특히 수출의 26%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기침체, 미국의 금리인상, 저유가 등등 불투명한 대외변수로 당분간 산업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취업의 문이 더욱 좁아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고착화될 것 같아 끔찍하다.

경제의 3주체인 기업, 정부, 가정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감원과 같은 외적 조정은 손쉬운 선택일 수 있으나, 이는 경기부진을 가속화하는 극단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이나 성과에 따라 임금을 조정하는 내적 조정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임금 피크제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으나, 정년임박 근로자의 임금을 조정하여 청년고용을 확대하고자 하는 유연한 접근에서 벗어나 오히려 퇴직을 압박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해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음은 반성해야 한다.

단기적 시각에 입각한 정부의 고용정책 또한 지양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성장이 빠를 것으로 판단되는 대기업 위주의 경기부양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지난하다.

우리나라 기업 중 대기업수는 1%, 중소기업수는 99%를 차지하고, 특히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85%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중소기업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고 포화된 내수시장에 대비해 해외수출을 확대함으로써 경제활성화와 기업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비가 가능한 중간계층이 많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필수적이라는 측면에서도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중소기업에 어렵사리 만들어진 일자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청년들이 가지 않으려 하는 것도 문제이다. 분명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부정적 인식으로 외면하는 것은 기업과 청년 모두에게 손해인 것이다. 필자는 지역의 우수기업을 알리고 청년인재를 매칭하며 상호 인식을 개선하는 정부사업을 추진하면서 학교를 포함한 가계의 측면에서도 일자리에 대한 의식이 새로워져야함을 강조한다. 직업의식은 물론 소질과 자질을 키워 주는 교육시스템이 근착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직업을 평가하는데 있어 그것이 요구하는 지식, 기량, 자질 등을 중시하기보다 서열적 가치기준을 중시하는 직업관이 여전한 상태에서 공무원, 대기업, 공기업에 대한 청소년의 선호가 70%에 육박하는 현상을 보면, 소위 '좋은 일자리'에 대한 개념 정립이 새롭게 요구된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경제의 주체인 기업, 정부 그리고 가정이라는 구성원들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여 아이들이 저마다 타고난 소질과 자질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때이다. 모든 청년들이 열심히 일해서 명절만큼은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정다운 가족·친구들과 함께 환하게 보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