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세평] 이종수 참도깨비도서관 관장

'동백도서관은 동박새 민박집 옆에 있다' 고 써놓고 나니 진짜 동백이란 말이 통꽃으로 떨어진 꽃만큼이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남쪽 어느 섬에 가면 진짜 동백나무가 있고 동박나무 민박이 있는데 그쯤에 작은도서관하고도 분관을 내고 싶을 만큼.

아예 통으로 옮겨다가 동백이 피지 않는 날에는 열심히 주경야독을 하고 동백이 피어서 뚝 지는 날까지 문을 여는,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섣부른 시가 되어버렸음에 잠깐 소개하고 넘어간다.

7천~8천권을 넘어 만 권이 넘는 책들은 이삿짐 아저씨들이 난색을 표하니 두고 가기로 한다.

동백도서관에는 대나무 마디만큼 아프고 단단한 붉고 푸른 소리책들만 있다. 통으로 지워지지 않는 소리들이어서 새들이나 애독자들이나 회원 가입절차는 간단하다.

"짧은 한 생쯤 아쉬워하지 않을

자존감만 있으면 됨

하여 동백도서관 붉은 책들은
몇 백 년이 흘러도 반납하지 않아도
새책으로 들어차
통권 몇호인지 아는 이는 없다
90쇄 100쇄 재판의 의미가 없음
부리 노란 새나 오목눈이새들이
저의 문장을 필사해가듯
백년 천년의 나를 읽을 뿐이라고
대출부에 적기만 하면
훨훨 행간 한 채 지을 수 있는"

당신이 분관인 셈이니 그동안 살면서 다져온 이야기만 있으면 되는, 여기까지 쓰고나니 빡빡이 숙제만큼 성의 없이 칸만 채운 것 같아 죄송할 뿐. 무엇보다 사람이 책이고 이야기가 재산인 작은도서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런 식으로 마무리함을 용서하시라.

내게 남은 것 작은도서관 뿐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책 읽어주는 도서관으로 남는 일. 동백의 생애처럼 단순명쾌하게 소리책, 이야기책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봄이 마음 아픈 이의 부음(訃音)과 함께 오듯이. 동백이 저마다 필생의 힘으로 들어올리는 꽃이듯 그런 책을 꽂아둔 책장을 돌다가 생을 마감하는. 동백나무 옹이에 이어폰을 끼우면 당신이 가장 듣고 싶어하던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거예요. 가장 가까운 작은도서관으로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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