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재민 사회부

김재민 기자.

우리나라는 무언가를 기념하는 날이 무척이나 많다. 특히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어린이날을 비롯해 어버이날, 부부의날 등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날들이 넘쳐난다. 이맘때가 되면 자녀는 부모에게 감사를 표하고, 부부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가족 간의 애정을 확인한다. 하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가정의 달의 의미를 무색케할 만큼 가족 간에 끔찍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보면 우리사회가 한참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충북 청주에서 친모가 자신의 4살배기 딸아이를 물고문을 해 숨지게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세간에 충격을 줬다. 지난해에도 청주에서 아내가 남편과의 불화에서 비롯된 분노를 6살 아들에게 표출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목숨을 빼앗는 사건이 벌어졌으며, 제천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의 여동생에게 독극물을 먹여 살해했다. 무엇보다 형제라고는 남매뿐이라 이 여동생은 오빠를 무척이나 따랐다는 뒷얘기 때문에 주변사람들이 크게 충격을 받았다.

특히 최근 광주에서는 어버이날 친아버지를 흉기와 둔기를 이용해 살해한 40대 남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밖에도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하거나, 반대로 성인이 된 자녀들이 노인이 된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부부간에도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부자자효(父慈子孝, 부모는 자녀에게 자애로워야 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성스러워야 한다는 의미)와 반포지효(反哺之孝, 부모의 은혜에 대한 지극한 효도), 백년가약(百年佳約) 등 가족의 도리를 일깨워 주는 사자성어들이 이제는 그야말로 옛말이 되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의 소중함을 잠시 잊은 이들이 있다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기고 365일 내내 또렷이 기억해 주길 소망한다. / mean0067@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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