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장 겸 충주주재

지난 4월 13일 치러진 20대 총선 결과는 많은 국민들을 놀라게했다. 예상과 너무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업체들은 선거 전 여론조사를 통해 여당인 새누리당이 155∼169석, 더불어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0∼23석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새누리당이 122석을 차지하는데 그쳐 과반의석은 고사하고 제 1당마저 123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줬다.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을 휩쓸면서 무려 38석을 차지해 녹색돌풍을 일으켰다.

총선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고 엉터리 여론조사에 대한 비난도 빗발쳤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20대 총선 여론조사에서 신뢰도와 품질을 결정하는 평균응답률은 8.9%에 불과해 통계학자들이 권장하는 20%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특히 ARS 응답률은 4.2%에 그쳤다. 이번 여론조사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에 대한 여론조사는 민심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선거 때마다 각 언론사들이 앞을 다퉈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후보자들은 여론 추이에 따른 새로운 선거전략을 세우느라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대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여론조사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보듯이 여론조사의 결과가 실제 여론과는 편차가 심한데다 변별력조차 없는 여론조사가 오히려 여론을 왜곡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표심의 쏠림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20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각 언론사들은 수시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정당지지율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를 발표하고 있다.

대선이 아직 1년 반이나 남은 시점이지만 대권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시시각각으로 발표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일부 종편들은 정치인들을 도마 위에 올려 패널들을 앞세운 채 현란한 말잔치를 벌이고 있다.

아직 1년 반이 넘게 남은 대선을 새로운 이슈거리로 삼는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봐 왔지만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지지율은 아주 작은 정치적이슈에 따라서도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하다 못해 소속 의원들의 작은 실수 하나에 따라서도 크게 요동치는 것이 정당지지율이고, 그때 그때의 사회현상 등에 따라 크게 변하는 것이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정치인들에게 여론의 추이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여론조사는 국민들의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등의 순기능이 있다. 또 정치인들은 여론의 추이를 거울삼아 자신들의 정치행위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잦은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남는다.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들로서는 여론 추이에 극히 민감할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정치가 포퓰리즘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여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기영합 위주의 정치행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를 실시하더라도 공표는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론조사가 그저 여론추이를 살피는 정도의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정치의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 여론조사가 오히려 여론을 왜곡시키고 민심의 쏠림 역할을 한다면 이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이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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