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익규 부국장 겸 경제부장

지난주 청주예술의 전당 소공연장을 찾았다. 청주한음클라리넷 앙상블 공연에 초대를 받아서다. 너무 구석지지않은 곳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클래식에 문외한이지만 '절대정숙'이라는 공연문화의 기본만은 안다. 허나 상식은 곧 깨졌다. 관객석은 갓난 아기부터 학생들, 노인분들까지 말그대로 남녀노소로 가득 찼다. 내 옆자리는 지적장애 학생이 앉았다. 아기 울음부터 엄마, 아빠를 찾는 소리는 공연이 시작되면서 다소 수그러졌다.

첫 연주곡은 요한 스트라우스Ⅱ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1866년 옛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참패한 오스트리아는 패전국의 멍에를 쓰고 정치, 경제적으로 암담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이 곡은 당시 의기 소침해 있던 오스트리아 국민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면서 오스트리아 국가(國歌)다음으로 사랑받는 곡이라 한다.

귀에 익은 곡인지라 설명을 듣고나니 한결 집중된다.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 폴 메카트니의 '내 나이 64살에' 등 43명의 단원이 하나로 어우러져 연주하는 곡들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중간에 송인택 단장이 악단을 소개했다. 2002년 순수 아마추어 클라리넷 동호회로 시작한 청주한음클라리넷 앙상블은 100여명의 단원이 지금까지 정기연주회 13회, 초청연주회 23회를 가졌다. 이날 연주회에는 60세를 넘긴 분만 10명이라고 한다. 출산 후 한달이 지난 단원도, 특수학교 교장도 있었다. 전공자는 물론 지휘자도 무료로 연주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틈틈이 요양원이나 학교 행사 등에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중간무대에는 증평 클라리넷 앙상블의 찬조연주가 있었다. 빌 더글라스의 'Hymn'과 C. 미첼의 '당신의 나의 태양'. 중간 중간 '삐익'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홍성열 증평군수의 소개를 들으니 지난해 11월 증평도서관 프로그램중 하나로 시작했다고 한다. 이날 10여명 단원중에는 부군수를 포함해 6명이 부부다. 홍 군수는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 다, 이쁜 꽃"이라며 시를 낭송한 뒤 "청주 한음 앙상블이 꽃이라면 우린 꽃 망울이다. 그렇지만 너무 이쁘다"고 단원을 격려했다.

연주회가 끝나고 서로를 격려해주며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장애학생들은 연주를 마친 교장 선생님을 축하해주고, 갓난 아기는 엄마, 아빠 연주자를,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 할머니 연주자를 축하했다.

5월 가정의 달 연주회 무대의 주인공은 부모, 할아버지·할머니였다. 연주자의 부단한 연습과정을 떠올리며 가정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했다.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큰 애로부터 편지를 받은 것도 그날 밤이었다.

"'당신을 진정한 가족과 이어주는 것은 피의 유대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의 삶 속에 있는 존경과 기쁨의 유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 가족이 더 단합하고 유대할 수 있는 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좋은 인격체들로 이뤄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오래토록 함께 해요"

반가우면서 진정한 조화를 생각한 5월의 어느 날 이었다.

조동화 시인의 '나하나 꽃 피어' 일부를 소개한다.

"나하나 꽃 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 결국 풀밭이 온통 /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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