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현구 충남 내포·예산·홍성 주재

언제부터인가 애·경사 풍습이 묘하게 변해가고 있다. 100세 시대니 인생은 70세부터라느니 하며 점점 수명연장이 우리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환갑잔치는 볼 수 없고 칠순, 팔순도 거의 가족 단위행사로 바뀌어가고 있다.

하지만 결혼식과 애사는 아직도 옛 관행이 아직 남아 있다. 특히 5월은 결혼식이 피크인 계절이다. 일주일에 몇 건씩 많게는 열 건이 넘게 연락이 온다. 그것도 우편 청첩장이 아닌 모바일 청첩장이나 문자 메시지로 성의없이 연락오고 그 뿐이다. 애사도 마찬가지로 문자나 전화로 연락오면 과거 방명록을 들쳐보며 열심히 현재가치로 금액을 따져본다. 직장동료나 별로 친하지 않으면 3~5만원, 가족·친지들은 10만원 그 이상 지출이 소요된다.

그렇지 않아도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등 가족행사도 많아 가계부담이 제일 큰 달에 속하고 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이 일부 특정 계층의 사람들에게는 세과시용으로 이용되지만 서민들은 아무리 품앗이라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맞게 봉투를 채워내는 성의가 훗날 괘씸죄로 돌아올수도 있기에 항시 좌불안석인 것이다.

물론 큰일을 치르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금전적으로 도움도 받고 싶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은 순수한 마음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리의 미풍양속이 금액의 높·낮이로 변질되다보니 누군가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낸 돈이 얼마인데, 우리집 행사때 왕래가 있었나 없었나를 따지다보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논리에 빠져든다. 과거 정부에서 허례허식을 자제할 것을 온 국민에게 알린바 있지만 시대가 변한 지금 오히려 그 병폐가 더 커진게 사실이다. 옛날의 두레처럼 애·경사가 서로를 위로해주고 축하해주고 하는 것이었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어야할 자리가 축의금과 부의금이 거래되는 현 세태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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