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막을 내렸다. 우리 국민들에게도 낯익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토트넘이 아닌 레스터시티가 창단 132년 만에 첫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0.02%의 확률을 뒤집고 챔피언에 등극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그간 변변한 실적이 없었던 64세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이로써 '올해의 감독'으로 뽑혔다.

'레스터시티가 만든 동화', '언더독(Underdog)의 반란'으로 불리면서 전 세계 축구팬들을 흥분시켰다. 철저히 무명선수들의 집합체였고 강등을 걱정하던 레스터시티가 1부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자 잉글랜드 대표팀 로이 호지슨 감독은 유로 2016에서 레스터시티의 모습을 재연하자고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반전드라마는 늘 짜릿한 감동을 준다.

최근 국내 한 연구기관에서는 한국경제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기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대규모의 경제 외적 충격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경기 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미래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소멸되는 이른바 '늪지형 불황'에 빠졌다는 평가다.

한편 창업 15년 만에 대기업 반열에 올라선 충북의 바이오시밀러 대표기업 회장은 얼마 전 특강에서 현 위기 지속에 따른 제2의 IMF사태를 우려했다. 시기는 2018년경으로 전망했다. 레스터시티의 성공신화가 부러운 이유다.

10년 전에 씌워진 책이지만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을 계기로 주목받는 저서가 있다.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Singularity is near)'가 그것이다. 처음 발간 당시에는 과학도서인지 공상소설인지 헷갈려했던 독자들이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는 것에 쇼크를 받고 새삼 그 내용을 되새기고 있다.

커즈와일은 2029년까지는 기계가 인간 지능 수준을 갖추게 될 것이며 2045년이면 기계가 인간 능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시기를 '특이점'이라 명명했다. 그 근거는 기하급수적 발전에 의한 수확가속의 법칙이다. 이미 그가 예상한대로 두뇌에 해당하는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구성되어 있고 자기학습으로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하는 알파고가 등장했다. 그리고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다.

커즈와일은 앞으로 유전학(Genetics), 나노기술(Nanotechnology), 로봇공학(Robotics) 혁명이 놀랄만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디지털 기술은 벌써 기존의 모든 비즈니스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 15년 이후 사물인터넷이 발전된 만물인터넷 시대에는 2000억대의 기기가 서로 연결되면서 엄청난 데이터를 쏟아낼 것이다. 관련 빅데이터 시장은 연평균 31.7%씩 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으며 2019년까지 매년 17% 신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지금 시급히 필요한 것은 반전의 모멘텀이다.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급속하게 진화하는 기술을 쫓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주도하면서 산업 지형을 바꾸는 사람과 기업을 살필 일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마크 주커버그는 그들의 성공에 뜻밖의 행운이라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 개념이 담겨 있다고 언급했다. 과거의 만유인력, 다이너마이트, 페니실린 등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세렌디피티란 '뜻밖의 발견이나 발명'이라는 의미다. 그 환경은 아이디어 창출(사색)과 확산(교차) 그리고 실현(연결)으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에서 완성된다. 미국 미시간대 오웬 스미스 교수는 직장에서 동료와의 동선이 30m 겹칠 때마다 협업이 최대 20%까지 증가한다고 밝혔다.

우연을 성공으로 만드는 힘은 치열한 고민과 실행이다. 우연히 접한 결정적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만나는 행운은 필연인 셈이다. 세렌디피티를 통해 미래 혁신기업을 꾸준히 배출하는 창조지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소통과 공감이 활성화되는 프로그램과 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일의 성패는 작은 것에서 싹튼다는 '성패소생(成敗小生)'의 경구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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