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바야흐로 여름, 태양의 계절입니다.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 신록의 자연으로, 강과 바다로 떠나는 여행객이 늘고 있습니다. 주5일제가 본격화된 이후, 취미와 여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덩달아 생활스포츠와 관광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요즘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각 휴게소마다 색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각 지역마다 특색있는 식사메뉴를 꾸리고 있고, 휴게소 한켠에는 로컬푸드 행복매장이 고객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어떤 로컬푸드들이 있나 둘러보며 장을 보는 것도 익숙해진 풍경입니다. 흐뭇하고 반가운 모습입니다.

80~90년대, 지산지소(地産地消: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그 지역에서 소비해야 한다)운동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지자체의 주도로 지역특산물매장이 보급되었고, 이제는 우리가 로컬푸드라는 이름으로 경쟁적으로 매장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로컬푸드의 장점이 참 많습니다. 먹거리가 생산지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과정이 대폭 줄어들어, 장거리운송 등이 필요하지 않게돼 탄소배출이 줄어들게 됩니다. 내가 만든 먹거리를 내 이웃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먹거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과 유통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됩니다. 소비자는 우리 이웃에서 자라 우리 몸에 가장 적합한 좋은 먹거리를 싸게 구할 수가 있습니다.

외국의 이름모를 사람이 기른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한다리만 건너면 알만한 사람이 직접 키운 먹거리라 안심할 수 있습니다. 농민들은 자식처럼 키운 먹거리를 헐값이 아니라 제값을 받고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판로가 생겼습니다. 로컬푸드매장에서 판매되는 품목과 판매시기, 판매가격 등이 모두 농민의 자율로 이뤄져야 하고, 품질관리와 선도유지 등도 모두 농민의 손으로 결정되어야 하기에 아직은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조금의 관심과 노력이 더해진다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중 두 번째로 개장한 남해고속도로 진주휴게소의 로컬푸드 행복장터는 다른 고속도로휴게소 로컬푸드 행복장터의 '롤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행복장터 개장 이후 3개월 만에 7천500만 원의 누적판매실적을 올리고 있고, 4월부터는 일방문고객 200명이상, 일판매실적 250만원이상 등 휴게소 이용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행복매장에서 판매되는 품목도 계란, 표고버섯, 토마토, 파프리카 등 지역에서 생산된 다양한 품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판장 시세에 최소한의 이익만 붙여 판매하기에 다른 매장에 비해 가격도 싸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안전한 농산물, 좋은 농산물을 대형할인점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입소문에 고객들의 재방문이 늘고 있고, 급기야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까지 애용할 정도로 짧은 시간에 행복장터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로컬푸드의 1번지 완주군은 전라북도에 위치한 인구 9만의 조그마한 도농복합도시입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농업인구, 그것도 고령농위주의 취약한 산업구조이지만, 지역활성화시책을 로컬푸드에 두고 다양한 역점사업을 통해 농업농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였습니다. 그 결과, 마을회사 육성, 도농간 순환, 농촌형 사회적 일자리 만들기, 커뮤니티 비즈니스 촉진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완주군과 전주시라는 소비자를 가장 근거리에서 연결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완주군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천안시에서도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올해부터 초중 111개교 총 6만5천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급식을 전면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급식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의식으로 시작됐으며, 천안시의 주도아래 생산자 및 납품업체, 천안 농협, 학부모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조율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먹거리, 특히 과일들은 생산지에서 최종소비자에 이르기까지 긴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후숙'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70~80% 정도 익었을 때 수확을 해서 최종소비자에 이를 때 완전히 숙성되도록 하기 위함인데, 로컬푸드 직매장용은 완전히 익은 것을 수확해 최종소비자에게로 보내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맛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냉장고에서 익은 먹거리와 자연에서 익은 먹거리가 같을 수 없고, 우리 몸과 다른 기후에서 자란 먹거리가 우리 몸에 맞춤일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제 로컬푸드는 이벤트성 행사이거나 어쩌다 들르는 기분전환용 매장이 아닌 우리 생활의 일부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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