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기준금리가 또 떨어졌다. 이제 1.25%. 이자로 원금의 두 배가 되려면 몇 십 년은 족히 잡아야 한다. 감이 팍 온다. 이자가 얼마나 쪼그라들었는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금의 두 배를 위해 저축을 해야 한다는 소리도 있었다.

우리는 일본을 절대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철없는 외침이 공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인구는 줄고 있고, 노령화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고, 새로운 먹거리는 아른거리기만 하다. 금융소비자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벌써부터 강남의 재건축이 뜀박질을 시작하고,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고 한다. 몰이를 당하는 멧돼지처럼 갈 곳을 모르는 돈은 이리저리 날뛰고 있다. 은행에서 잠자고 있던 돈도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다. 일찌감치 아예 포기하고 집 안에 들어앉은 현금들은 더 깊숙이 몸을 낮추는 듯 하다.

금융당국도 과감하게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사모펀드에 대한 길을 터주고, 새로운 전략 상품들에 대해 유연한 입장이다. 일부 금융소비자들이 식상한 공모펀드에 입맛을 잃고 알음알음 사모펀드로 눈길을 돌린 지도 꽤 되었다. 누구나 다 나눠 먹기에는 시장 파이가 부족한 지라 노른자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과실을 향유하기 바쁘다. 오랫동안 몸을 풀며 준비하고 있던 헤지펀드들도 세를 키우며 시장을 활개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해외자산 투자나 대체투자(전통적인 주식 채권 등을 제외한 다른 투자)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그 동안 수익보다는 리스크가 더 커 보여 망설이던 투자자들도 웬만한 리스크에 질끈 눈을 감고 대들고 있다. 개인들이 대들어 봐야 얼마 손에도 쥐지 못하는 신규 상장기업의 공모주 청약에 수 조원의 자금이 동원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불안하다. 쿼바디스! 금융소비자.

우리는 모두 어떠한 형태로든 금융소비자다. 소비자라고 하면 어떤 제품을 사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엄연히 금융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도 소비행위이다. 금융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들은 똑똑해질 수 밖에 없다. 사실 금융을 소비자 관점에서 독하게 대드는 경우는 다른 분야에 비해 많지 않다. 제품에 있어서는 조그만 하자가 있거나 가격이 비싸면 당장 따지고 난리가 난다. 그런데 금융소비자들은 어떤가. 전문적인 분야라는 이유로, 아니면 쌈짓돈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잘 몰라서 등등으로 싸게 좋은 제품을 향유해야 된다는 소비자권리를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또 금융소비자가 정작 소비자라는 사실 조차도 간과한 것은 아닌지. 금융소비는 저축만 있는 건 아니다. 투자도 있고 대출도 있다. 저축의 경우에는 1bp(basis point)라도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1bp는 0.01%에 해당되는데, 저금리 시대이다 보니 1%의 백분지 일에 해당하는 bp를 따질 정도로 각박해졌다. 또, 대출의 경우에는 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신용도를 높여야 한다. 신용은 길게 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용이 곧 현금이다.

투자의 관점에서는 좀 더 위험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 만큼 기회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항상 수익은 위험을 감안하여 따져야 한다. 전혀 위험하지 않은 자산에 많은 자산을 맡기고 있는 것은 게으른 돈(idle money)이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은 안 되지만, 그렇다고 아예 위험을 기피하는 것은 뒤처지는 일이다. 그리고 운용할 돈이 없으니까 또는 항상 자금이 모자라니까 라고 생각하며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버려두는 경우가 있다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바뀔 필요가 있다.

분명 가진 돈의 차이는 있으나, 게임은 수익률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저금리시대. 한탄하고 체념하는 것에서 벗어나 똑똑한 금융소비로 난국을 헤쳐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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