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스마트 농업과 6차 산업의 미래] ⑩ 괴산의 6차 산업 인증농가

귀농인 교육과 배지분양을 통해 친환경 표고버섯 재배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유기농표고맘'의 이한영·김미자 대표.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느티나무가 많은 지역. 소백산맥 줄기에 자리한 괴산은 예로부터 산과 계곡이 빼어난 곳으로 유명했다. 명산도 많아 등산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산막이 옛길의 명성이 더해지면서 괴산을 찾는 외지인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마을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농사체험은 연계관광 가능성까지 낳으며 괴산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다. 충북 6차 산업 인증 사업자 가운데 괴산지역에 뿌리를 둔 인증농가는 모두 여덟 곳. 이번 기획에선 감물면의 유기농표고맘과 문광면의 괴산친환경아로니아농원을 소개한다. / 편집자

#귀농인 학습장 '유기농표고맘'

친환경 인증 유기농표고를 재배하는 곳, 귀농 농가의 문의가 잇달아 컨설팅과 학습장으로 인기가 높은 유기농 표고맘(감물면 충민사길 19)의 역사는 올해로 7년이 됐다.

지난 2009년 이한영(50)·김미자(50) 씨 부부는 양어장을 하며 횟집을 운영하다 마진율이 낮자 표고버섯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아주버님이 당시 표고 농사를 지으셨어요. 우리는 횟집을 하면서 한우 스무 마리를 키웠는데 새벽에 소밥 주러 나간 남편이 언제부터인가 아침을 먹으러 오지 않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토실토실 예쁘게 자란 표고 구경에 빠져서 버섯을 따주곤 했던 거였죠."

불현듯 찾아온 심근경색으로 인해 귀농 후 아로니아 재배를 시작한 '괴산친환경아로니아농원'의 선호균 대표가 아로니아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여성농업인괴산군연합회 사업부회장을 맡고 있는 유기농표고맘 김미자 대표는 표고버섯 농사를 짓게 된 사연을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 버섯농사를 시작할 때는 중국산 유입으로 인한 버섯가격 폭락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재배경험 부족이었다. 형에게 기술을 배운 이후 이한영 대표는 초기 몇 년 간을 버섯에 빠져 살았다.

하루에도 일곱 여덟 번씩 다른 농장을 찾아다니며 버섯 재배 기술을 익혔다. 급기야 비닐하우스 안에 텐트를 치고 버섯과 동거를 시작했다.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온 가족이 텐트에서 생활하며 표고가 자라기 가장 좋은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온몸으로 체득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쑥쑥 자라는 표고버섯의 성장 속도도 익힐 수 있었다. 유기농표고맘에서는 동그란 모양의 버섯을 수확하기 위해 재배목이 아닌 압축 톱밥배지를 사용해 표고버섯을 키운다.

톱밥부터 버섯까지 농약잔류검사를 통과해 유기농인증까지 받아냈다. 배지 한 개 당 수확횟수는 14차례 정도. 매월 두 차례 표고를 따는데 한 번에 수확하는 표고의 양은 1만개에 달한다. 눈만 뜨면 들여다본 표고버섯이었다.

괴산동막골 '찬물샘'으로 지은 친환경 명품 아로니아는 도시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지난 2014년부터 아로니아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표고버섯 농사 2년차에 접어들자 이한영 대표는 자신에게 기술을 가르쳐 줬던 사람들에게 도리어 기술을 전수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원활한 표고 채취를 위해 숟가락을 개발하고 작업 도구를 만들기도 했다. 아내 김미자 대표는 열정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고 회상했다.

재배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지만 표고버섯은 노력한 만큼 돈이 되는 작물로 알려져 있다. 귀농인의 상당수가 이한영·김미자 대표네 농장을 찾아 컨설팅을 요청하는 이유도 이들의 안정적 노하우를 교육받기 위해서다.

부부가 교육용 학습장을 운영하려는 이유는 표고농사를 계획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체계적인 버섯 재배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유기농표고맘은 6차 산업 인증을 받기 이전부터 판로 확대를 위해 팜파티를 계획하고 체험을 활성화했다. 준비된 6차 산업 인증 사업자였던 것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강소농 교육을 받으며 6차 산업 인증을 받게 됐다는 부부는 6차 산업 지원 정책이 영역별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시스템 지원으로 전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표고버섯.

김미자 대표는 "농사짓는 사람 중에서는 6차 산업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농부들은 농사만 짓고 가공이나 판매에 밝은 사람은 별도로 육성해 농업생산자와 지역의 가공업자 혹은 판매자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괴산 친환경 아로니아농원

"1차 농산물만으로는 소득이 나오지 않는 구조입니다. 단기간에 팔아야 하고 가격 결정권도 농민들에게 없어요. 그러니 가공을 해서 판매기간을 늘리고 부가가치도 올려보자는 겁니다."

괴산친환경아로니아농원(문광면 광덕 3길 163)의 선호균(61)·조금숙(59) 대표는 6차 산업화의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로 농가 소득 향상을 꼽았다.

충북 6차 산업 인증사업자협의회의 괴산지역 임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15년 전만 해도 대학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괴산에 내려와 아로니아 농사를 짓게 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신이 내린 열매로 알려진 아로니아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안 팔려도 가족들과 함께 먹으면 되겠다 싶어 2013년부터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했다.

아로니아 열매.

1천 평 규모의 밭에 1천 그루의 3년생 아로니아 나무를 심었다. 수확량은 가족들이 먹고 말면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듬해부터 수확을 시작해 2015년에는 5톤을 수확했다. 절반은 생과로 직거래했고, 나머지 절반은 즙과 분말로 가공했다.

가족들이 함께 먹을 것을 재배하는 것이니 친환경농사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무농약 인증을 받았고, 내년에는 유기농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6차 산업은 인증 2년차에 접어들었다. 이미 가공품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첫해 인증을 받기 수월했다.

가공 공장을 지어 분말과 과즙, 와인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지만 농촌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농가지원정책에는 아쉬움이 많다.

"지금의 6차 산업은 농업생산자가 생산과 가공, 유통과 체험을 같이 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가공을 하면 농산물은 식품이 됩니다. 식품위생법이라든가 공장 인허가 문제 등 신경을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이것을 농가에서 개별적으로 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겁니다."

압축 톱밥배지를 사용해 키우는 '유기농표고맘'의 표고버섯 재배 시설을 체험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선호균 대표는 6차산업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역별 거점가공센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개별농가는 열심히 농사를 짓고 거점 가공센터는 가공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 결정권도 농민이 갖고, 거점별 판매처를 만들어 유통과 판로를 확보한다면 6차 산업의 성공적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별농가에게 공장 짓고 체험농장 하라고 산발적으로 보조금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나 농업기술센터에서 거점가공센터를 짓고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 김정미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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