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 삭이고 인후통에 좋아...요리시 설탕대신 넣으면 '굿'

어린 시절, 이맘때의 시골동네 아이들은 얌전히 집안에 들어앉아 있을 수 없다. 산과 들에는 오디와 보리수가 익어가고, 집집마다 한 두 그루씩 있는 앵두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어린 우리들에게 별로 인기는 없었던 까마중까지. 딱히 주전부리 거리도 마땅치 않았던, 사 먹는 과자는 더욱 생각도 못했던 그 시절의 우리. 입이며 손이며 붉은빛·보랏빛으로 물들어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던 어린 시절이 있다. 그 땐 그저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맛있는 온갖 열매들을 따 먹을 수 있으니 행복할 뿐이었다.

시골 아줌마의 보물 창고에는 목감기, 기침감기에 좋다는 도라지, 수세미부터 몸에 좋다는 솔잎, 익모초, 인삼꽃으로 담근 효소가 있다. 또 매실, 살구부터 아로니아, 구기자, 오디, 보리수 까마중과 오가피열매까지 온갖 열매로 만든 효소도 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던 봄에 온갖 새싹들로 아삭아삭 새콤달콤한 밥도둑 '장아찌'를 만들면서 놀았다면, 태양을 피하고 싶은 이 여름에는 뜨거운 햇살 아래 저마다의 색과 맛으로 익어가는 열매로 효소나 잼·청을 만드느라 바쁘다.

보리수 효소가 올해 첫 효소 만들기는 아니고, 오디와 산딸기 효소 이후 올해 세번째 효소 만들기다. 쏟아져나오는 온갖 열매와 과일을 다 먹지 못하겠다면 괜히 방치했다가 썩혀버리지 마시길. 무조건 설탕에 버무려뒀다가 시원하게 얼음 섞어 마시거나 요리할 때 단맛을 필요로 하는 곳에 넣으면 좋다.

보리수나무 열매는 가래를 삭이고 인후통을 낫게 한다. 화기를 내리는 작용이 있어서 술독을 푸는 데도 좋다. 나무의 잔가지를 끓여서 식힌 뒤에 먹거나 보리수 열매 효소를 물에 섞어 복용한다. 약이라고는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는 우리집 보리수. 기껏해야 시골 들녘에 흙먼지가 전부일테다. 조심조심 깨끗하게 수확해서 씻지 않고 바로 설탕을 부어준다. 그렇게 해서 밀봉해놓고 짧게는 석달, 길게는 1년까지 발효시킨다. 건더기를 걸러낸 뒤에는 2~3년은 기본으로 보관하면서 먹는다. 항아리에서 식힌뒤 병에 옮겨 담아 발효한다. 그렇게 시골 아줌마의 시골집 장독대 항아리 중 1/3은 효소 항아리다. 물론 적은 양은 직접 유리병에 담는다.

올해 촌부네 보리수 열매 효소 만들기는 당도가 무척이나 좋아서 보리수 열매 4㎏에 설탕 2㎏를 넣었다. 지난 주말에 둘째아들 면회를 다녀왔더니 하루 놀았다고 할 일이 태산이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아 천천히,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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