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가 굳건하여 유혹에 넘어가지 않음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배득렬 교수

며칠 전, 차가 너무 더러워 세차를 하러 갔다. 세차를 시작하면서 차 옆을 보니 웬 붉은색 찌꺼기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뭔가 유심히 보니 벚나무 열매 찌꺼기였다. 아마 학교를 오가며 벚나무 아래를 지나다 보니 자연스레 열매가 터져 붙은 것이었다.

문제는 물을 뿌리고, 거품을 내어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 것이었다. 한참 씨름을 하다 보니 더운 날씨에 땀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고연시리 짜증이 났다. 그리고 앞으로 절대 벚나무 밑으로 차를 운행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것도 작심삼일. 오늘 보니 지난번보다 훨씬 많은 벚나무 찌꺼기가 차를 점령하고 있었다. 그 며칠 사이에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그리고 이 작은 일에 짜증이나 내는 자신이 정말 초라했다. 평정심을 지키고 자연과 더불어 살라고 늘 제자에게 말했던 나의 과거가 갑자기 머리를 심하게 치고 지나갔다.

평정심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와 관련된 고사가 『晉書(진서)』 「夏統傳(하통전)」에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西晋(서진) 때, 三月三日(삼월삼일)에는 京城(경성) 洛陽(낙양) 사람들이 모두 洛河(낙하)로 나가 踏靑(답청: 淸明節(청명절)에 교외로 나가 산보하며 노는 풍습)을 하면서 놀았다. 大臣(대신) 賈充(가충)이 吳越(오월) 사람 夏統이 배 위에 단정하게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마치 주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느끼는 바가 없는듯 보였다. 호기심에 그의 앞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대단한 인재라는 사실을 알았다.

賈充이 그를 자신의 문하에 두고 싶었으나 그는 관직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이에 賈充이 權勢(권세)와 女色(여색)으로 유혹하려고 열병식도 하고, 미녀들로 하여금 그를 둘러싸고 노래하고 춤추게 하였으나 夏統은 옷깃을 단정히하고 바르게 앉아있을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賈充이 하는 수 없이 미녀들을 물러나게 하고 "이 吳越의 젊은이는 정말로 '나무로 만든 사람처럼 돌 같은 굳은 마음을 가졌다(木人石心)'"라고 말했다

평정심의 원천은 의지다.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 그것이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진지하게 노력하며 사는 要體(요체)다. 외부 상황과 사물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위한 자아의 단단한 구축은 삶을 의미있게 만든다. 마음 깊은 곳, 그 심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나는 나에게 어떤 삶을 살아가라 하는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