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3회에서 오해영은 말한다. "난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내가 잘되길 바래요."

오해영을 연기한 배우 서현진(31)은 이 대사를 읽으면서 참 많이 울었다고 했다. 오해영도 서른 하나, 서현진도 서른 하나다. 서현진은 "이 드라마를 하면서 실제의 나를 조금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오해영이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은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회(28일 방송)는 결국 평균시청률 10%를 넘겼다. 이는 tvN 개국 이후 월화드라마 최고시청률이다.

이 성공의 중심에는 서현진이 있었다. 그가 오해영을 이해했던 것처럼, 시청자도 오해영을 이해했다. 서현진은 평범한 외모의, 평균 이하의 자존감을 가진, 연애에 상처받았지만 또 연애에 모든 걸 내던지는 '우리 같은' 오해영을 '우리처럼' 살려냈다.

"오해영의 한 축은 자존감이고, 다른 한 축은 사랑입니다. 오해영은 자존감이 낮아요. 그렇지만 어떻게든 이겨내고 살아내려고 해요. 그건 저도 마찬지예요. 매일매일 제 존재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난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내가 잘되길 바래요'라는 대사의 바로 그 느낌을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오해영의 사랑'에 대해서 서현진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 이야기를 할 때의 각오는 '내 연애의 민낯을 다 보여주자'는 것이었어요. 오해영을 연기하는 건 서현진이니까, 제 민낯을 보여줄 용기가 없으면 시청자가 공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청자가 밀착 다큐를 보는 것처럼 느끼길 바랐어요.(웃음) 저도 사람인지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동안 제가 했던 작품 중에 가장 거짓 없이 연기했습니다."

서현진의 말 그대로다. '그냥' 오해영은 상처받은 인간이다. 어릴 때는 같은 반 동명 친구 '예쁜' 오해영에게 얻은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제 좀 삶이 안정이 되나 싶었을 땐 결혼식 전날 약혼자에게 차인다. 그리고 그게 너무 좌절스러워 차인 게 아니라 찼다고 방방곡곡 떠들고 다니는 여자다. 절뚝 거리며 앞으로 걸어가는 오해영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피해의식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나요. 저도 그래요. 한 때는 별 거 아닌 말을 뾰족하게 받아들인 순간이 있었어요." "전 극복하지 않아요. 그냥 버티는 거죠." 서현진의 말 속에 오해영이 있다. 그래서 그의 연기가 공감을 얻어낸 것인지 모른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몰랐어요. 내가 대본을 보면서 울었던 포인트에서 시청자가 같이 공감해주고 같이 마음 아파해주고 같이 기뻐해주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인지 이제 알았어요."

사실 '또 오해영'의 대본은 돌고 돌아 서현진에게 갔다. 몇몇 톱스타들은 이 대본을 거절했다. 서현진은 '또 오해영'의 대본을 읽은 뒤 "이건 내 나이에 맞게,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어요. 내가 하면 정말 재밌겠다, 이정도로 생각한 거죠."

어쨌든 그 재미가 데뷔 15년차 배우의 대표작이 됐다. 이제 서현진 하면 오해영이다. "제가 애정하는 드라마, 제가 좋아하는 인물로 기억될 수 있어서 좋아요. 대중이 기억해주는 제 캐릭터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오해영을 극복하느냐 못 하느냐는 제 문제일 뿐입니다."

'또 오해영' 전후로 서현진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또 오해영' 전의 서현진이 나쁘지 않은 연기력을 갖춘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였다면, 현재 서현진은 좋은 연기력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런 배우가 됐다. 이를 테면 그는 확실히 떴다.

하지만 서현진은 "연기 1~2년 하고 그만 둘 거 아니다. 입지가 달라질 건 없다"고 했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이런 것 또한 흘러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전 그저 좋은 작품, 좋은 사람 만나는 게 목표입니다. 목표는 없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뉴시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