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대 청년(15~29세)층의 취업방황이 심각하다. 20대 취업자는 전년대비 7만 명 늘었지만 주로 단순노무직이었으며 단기계약직 비중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한파를 뚫고 어렵사리 취직했지만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해 이직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당장 돈이 급해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을 찾지만 금방 그만두고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 그만큼 젊은이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제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청년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청년 고용의 특징과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는 20대 취업자의 고달픈 현실과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2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6만8천명 증가했다. 취업자가 감소한 30대(-3만8천명), 40대(-1만4천명)에 비하면 호전됐다.

하지만 문제는 고용의 질이다. 20대 청년층 취업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직종은 경비, 배달, 건물 청소 별다른 스펙과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단순노무직으로 1년 전보다 2만3천명 증가했다. 그다음이 판매 종사자(2만2천명),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가 1만6천명 순이었다. 반면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8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화이트칼라'층인 사무 종사자는 오히려 3천명 줄었다.

고용기간도 불안정했다. 최종학교 졸업 후 첫 일자리의 고용 계약기간이 1년 이하인 청년층은 2006년 8.7%에서 지난해 20.7%로 높아졌다. 반면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비중은 같은 기간 66.9%에서 61.1%로 축소됐다. 일자리가 불안정하다 보니 청년층은 취업하자마자 이직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노동시간과 보수가 반비례한다면 오래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올 잠재성장률이 2%에 머물만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청년층을 선호하는 대규모 사업체의 신규채용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실제 작년 말 기준으로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체의 신규 채용 직원 수는 1년 전보다 7.4% 증가했지만 300인 이상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3.0% 줄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간접고용 근로자의 비율이 더 높아 고용 안정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브렉시트의 여파로 경제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올해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하면서 청년 고용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직을 원하는 청년들이 한곳에 정착을 못하고 방황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를 떠나 국가적·사회적 낭비다.

청년인구의 노동시장 유입을 촉진하는 취업인프라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경제에 활력을 잃는 것은 물론 최근의 영국처럼 세대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교육제도의 합리화, 마이스터고의 활성화, 직업훈련의 제도강화등 장기적인 대책은 물론 중소기업의 주택, 보육,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청년들의 대기업 선호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학자 엘빈토풀러는 "어설픈 경제정책이 청년실업률을 높힌다"고 지적했다. 20대를 위한 고용의 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청년층은 우리사회의 소중한 자산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의 요인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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