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첫 보도 … '장애인 축사노예 만덕이' 사건]

19년 동안 청주의 한 축사에서 강제노역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고모씨(만덕이)가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고향마을로 돌아오면서 웃음을 되찾았다. 고씨를 어릴 적부터 봐왔다던 한 이웃은 "이제 헤어질 일 없다. 아저씨가 지켜준다"며 어깨를 다독거리고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지적장애인 고모씨(48·지적장애 2급, 가명 만덕이)가 청주 오창의 한 축사에서 무려 19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려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역사회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충북도는 청주시, 충주시, 음성군 등 도내 9천209명의 지적장애인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청주시와 일선 시·군도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모든 관계 기관이 사태 해결에 나섰다.

◆학대·강제노역 시달리는 장애인 여전, 전수조사 착수= 충북도는 15일 도내 11개 시·군을 통해 등록 장애인의 주소지 거주 여부 등에 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사방법은 시·군 담당 공무원과 이·통장, 장애인 단체의 협조를 통해 보호시설 또는 자택 거주 여부, 행방불명 여부, 학대나 강제노역을 받는 사례 등이다.

도내에 등록된 장애인은 모두 9만3천612명이며 이 가운데 지적 장애인은 9천209명으로 9.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적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지역별로는 ▶청주 3천769명 ▶충주 1천86명 ▶음성 1천68명 ▶제천 908명 ▶옥천 594명 ▶괴산 380명 ▶진천 359명 ▶영동 346명 ▶보은 280명 ▶단양 220명 ▶증평 199명 등이다.

이 중에서 청주시는 지난 4월 장애인 거주에 관한 자체 조사를 벌였으며, 그 결과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거나 소재가 불분명한 300여 명의 장애인을 찾아내고 이들에 대한 2차 조사를 벌여 후속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는 지난 4월 벌인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고씨의 행방불명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고씨는 지난 1992년 7월 장애인으로 등록된 뒤 20여 년 전에 집을 나섰다가 행방불명 됐으며, 행정서류에는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어머니 등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돼 있다.

더욱이 고씨는 어머니 집 20㎞ 지척에 위치한 오창의 한 축사에서 수십 년간 일은 해 온 것으로 확인돼 장애인 관리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며 자식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주민등록을 말소하지 않은 고씨 어머니의 소망은 이뤄졌으나 당국의 무관심과 함께 20여 년간 받은 고씨와 가족의 상처는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다. 고씨의 경우처럼 지적 장애인은 학대나 강제노역 등 인권을 침해받아도 가해자에게 대항하거나 구조 요청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관계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조사와 보호가 시급하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내 9천여 명의 지적 장애인들에 대한 주거 등 생활 실태를 파악한 후 적절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행방묘연·소재 불분명 장애인 '수두룩'=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전히 소재 파악이 안되는 장애인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 4월 지역 등록 장애인 3만769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300여 명의 거주지 파악이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재분류에 나선 시는 대다수 장애인의 소재를 파악했지만, 여전히 일부는 행방이 묘연하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고씨도 소재 파악 불가 대상에 포함됐다. 지적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고씨는 행정 기관의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기초생활수급, 장애인 연금·수당을 받지 않아 청주시의 관리 장애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고씨가 연금과 수당 수혜자가 아닌 것과 관련해서 경찰은 가족 명의의 땅이 있어 수급 기준에 충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주에 등록된 장애인 3만8천55명 중 연금(장애등급 1~2급)수급자는 5천200명, 수당(3~6급)을 받는 장애인은 4천416명이다.

이들을 제외한 2만여 명이 행정기관의 관리나 감독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연승 시 노인장애인팀장은 "고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데다 장애인 연금·수당을 받지 않아 관리 대상에서 빠진 상태"라며 "모든 장애인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인권유린 대책 세워라"=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이번 사건과 관련 논평을 통해 "지적 장애인을 20 여 년간 노예처럼 부려 온 60대 김씨 부부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며 "국민의 공분을 산 적 있던 7년 전 '차고 노예' 사건에 이어 2014년 '염전 노예' 사건 등 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인권유린 사건들은 수년 전에도, 그리고 오늘도 끊임없이 반복 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민주당은 "정부는 이제라도 전수조사를 통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지적 장애인들의 실태를 파악 해야 하며, 장애인 인권 유린 범죄의 예방, 피의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피해자 지원, 인권 교육을 통한 사회 전반의 인권 의식 높이기, 사회 안전망 구멍 메우기 등의 다차원적이고 실효성 있는 장단기 대책을 하루빨리 내 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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