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사진 / 뉴시스

꽃들의 전쟁 '화투'가 소재인 영화 타짜에선 "큰 거 한판에 인생은 예술이 된다. 목숨을 걸 수 없다면 배팅을 하지 마라"는 명대사가 등장한다. 멋진 말이지만 노름꾼이아닌 서민들에겐 화투는 그저 심심풀이 오락일 뿐이다. 화투를 퇴폐적인 망국병이라고 비판하지만, 화투야 말로 가장 민주적인 룰을 가지고 있고 오락문화의 창의성을 상징한다는 예찬론자도 많다.

최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반 게임인 '포켓몬GO'로 전세계적인 히트를 친 닌텐도는 원래 화투 제조로 출발했다. 1889년 공예가인 야마우치 후사지로가 교토에서 직접 그린 화투가 인기를 모으자 아예 제조회사를 만든 것이다.

화투판의 '창의력'과 '배팅'은 실은 닌텐도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다. 게임의 흐름을 잘 포착해 끊임없이 변신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포켓몬GO'가 출시된 직후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면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포켓몬GO'는 미국·호주등 세계 각국에서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하면서 앱스토어 역사상 최단기간 1위를 달성한 게임앱으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포켓몬GO'가 여타 증강현실 게임들과 달리 20년간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이라는 컨텐츠 파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포켓몬GO 출시 이후 일본 증시에서 닌텐도의 주가는 단 2주만에 두 배나 뛰었고, 올들어 90%나 상승했다. 세계 게임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사건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른바 초대박을 친것이다.

하지만 닌텐도의 역사는 '추락과 부활'로 점철됐다. 화투로 돈 벌어 일본 패전이후 식품업·숙박업·운수업 등 사업다각화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했다. 1960년대 완구업체로 일어선 닌텐도는 1970년대 TV가 대중화되면서 게임시장으로 방향을 틀어 승승장구했다. '세기의 게임'이라 불리는 '슈퍼마리오'가 대히트상품이 되면서 2008년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하지만 닌텐도는 모바일게임 시장을 간과하면서 2011년, 432억엔(약 604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창립 30년 만에 첫 적자를 냈다. 이후 추락하는 속도가 빨랐다.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닌텐도DS를 손에 들고 "왜 우리는 이런 게임기를 못 만드나"라고 질타한 일화가 불과 2년만에 완전히 퇴색했다. 적자는 2013년까지 3년간 지속됐다. 모바일 시대에도 게임기 판매에 집착하면서 로비오의 앵그리버드,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 등에 추월당한 것이다.

한국닌텐도가 4년 연속 적자를 내고 75명의 직원중 80%를 구조조정하겠다고 발표한것이 불과 3개월 전이다. IT업계에서 닌텐도를 소니와 노키아처럼 한물간 기업으로 취급한 것은 당연했다. 심지어 시대변화를 못 읽어 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회사가 포켓몬GO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을 보면 기막힌 반전이다.

창업 127년의 역사를 가진 닌텐도에겐 혁신의 DNA가 흐른다. 하지만 롤러코스트를 탄 것처럼 추락과 부활을 반복한 닌텐도를 보면 IT기업의 미래는 한치앞도 볼 수 없다. '큰 거 한판에 기업은 운명이 된다. 배팅하려면 사운을 걸어야 한다'는 패러디가 나올법 하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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