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달 6일 청주 성안길에서 국립철도박물관 청주 유치를 위해 50만 서명을 받는 모습./중부매일DB

국립철도박물관과 국립한국문학관 후보지 선정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가 국립철도박물관의 경우 공모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한편 국립한국문학관 후보지 선정 작업은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치를 희망했던 기초자치단체들은 정부의 속내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정부의 방침이 바뀐 것은 지방자치단체간의 유치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치경쟁은 사업초기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정부가 이제 와서 선정방식을 바꾸거나 선정 작업을 중단하면서 선정 결과에 따라 특혜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일관성도 없이 오락가락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117년 철도산업 발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한국의 철도기술 경쟁력을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철도박물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특히 작년 11월부터 최적입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 작업을 실시하면서 지자체를 대상으로 후보지 수요조사를 벌인 결과 충북 청주와 경기 의왕, 대전 부산 등 전국 11곳의 지자체에서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철도박물관 입지선정 방법에 대해 입장을 밝히진 않았으나 대다수 지자체들이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거리에 플래카드를 걸거나 서명운동에 나서자 공모로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립한국문학관 후보지 선정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예산 450억 원을 들여 2020년 개관키로 한 한국문학관은 유치만 하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지역의 문화적인 이미지를 제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24개 지자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문화체육부는 혼탁한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지자체 간 배수진을 친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는가하면 '특정지역 내정설' 등 근거 없는 유언비어에 곤혹스런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지 선정방식이 변경된 것에 대해 일차적으로 지자체의 책임도 있다. '사드배치'같은 국가안보를 위한 군사시설에 대해서는 극렬히 반대하는 전형적인 '님비현상'을 드러내면서도 공항유치와 공공시설 유치전에는 애초부터 탈락하면 승복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사활을 걸고 덤비는 '핌비현상'을 보인다면 정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국론분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가 하면 내 고장만 잘돼야 한다는 지역이기주의가 더 심각해 진 것도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국책사업을 진행하려면 처음부터 선정방식의 기준과 원칙을 결정해야 혼란과 혼선을 막을 수 있는데 중간에 원칙이 바뀐다면 특정 지자체가 선정된 이후에도 정부정책이 신뢰 받기는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번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갈등관리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런 식이 되풀이된다면 향후 지자체간의 이해관계가 걸린 국책사업은 추진과정에서 난항이 우려된다.

정부는 국립철도박물관과 국립한국문학관 후보지 선정에 대해 각 지자체가 공감할 수 있도록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더라고 갈등과 혼란을 잠재우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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