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진 / 뉴시스

일선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의 유해물질 검출이 최근 사회적인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금속 오염물질이 아이들의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충북도내 학부모단체가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를 마사토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충북학부모회'는 25일 "충북교육청의 우레탄 트랙 전면 개·보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며 "전수조사 결과 납(Pb)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도내 79개 학교의 우레탄 트랙 문제 해결을 위해 안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해물질로 가득한 우레탄트랙과 인조잔디를 개·보수하지 말고 아예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의 우레탄 트랙 설치 학교 가운데 64%에서 납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는 조사결과를 보면 학부모들의 주장을 공감할 수 있다. 아이들이 유해성 때문에 마음껏 달리고 볼을 찰 수 있는 운동장이 못된다면 아예 없는 것만 못하다.

하지만 학부모단체의 주장은 때늦은 감이 있다. 교육청도 지난 10여 년간 운동장 시설을 바꾼 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8년 전부터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의 유해성이 끊임없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도 일선학교에서는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대신에 사계절 내내 푸른 인조잔디 운동장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학교운동장을 인조잔디와 우레탄 운동장으로 바꾸면 정부에서 공사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일선학교에서는 정부지원을 받는 중요한 학교 환경 개선 사업으로 인식해왔다.

하지만 인조잔디의 약점이 노출되기까지는 그래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금속을 비롯한 여러 가지 오염물질에 대한 위험성은 물론 더 심각한 문제는 수명이 6~7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정도 기간이면 파릇파릇하던 인조잔디는 점점 흉물스럽게 보인다.

이 때문에 교체하거나 폐기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우레탄 트랙은 세금낭비라는 말을 듣고 있다. 우레탄트랙과 인조잔디 운동장 때문에 아이들 건강과 환경문제가 대두된다는 전문가들과 환경단체의 주장에도 교육당국은 귀를 막고 눈을 감은 것이다.

결론은 나와 있다. 아이들에게 유해한 운동장 시설은 막아야 한다. 기존 유해시설은 철거하고 아이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항구적인 시설로 바꿔야 한다. 천연잔디도 좋은 방안이지만 제조제 사용과 잔디관리를 위해 연간 수개월간 운동장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예전처럼 흙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는 것이다. 비가와도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배수시설만 잘해놓는다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막대한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고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우레탄트랙과 인조 잔디 운동장의 중금속 피해는 교육당국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가뜩이나 예산 난을 겪고 있는 교육당국이 아이들을 위한다며 유해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소중한 혈세를 낭비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깊고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近視眼)적인 행정은 교육발전에 역행한다. 교육당국은 두 번 다시 이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