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황다희 사회부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장애인 축사노예' 사건은 당연히 세상에 드러나야 할 일이었다.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일이기도 했다. 사건을 처음 접했던 기자는 특종 욕심보다 믿기 어려웠던 현실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취재를 거듭 할 수록 낱낱이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압도했다.

지적장애 2급 '만덕'씨가 지난 19년 간 지냈던 축사 현장에서 주인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부부는 정신이 반쯤 나가보였다. 그럼에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본인들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부끄러움이나 죄의식을 찾기 어려웠다.

영화와도 같은 사연을 지닌 만덕씨와 가족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사회적 관심은 현장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파장이 컸다. 전국 대부분의 언론사 취재진이 청주로 몰렸다. TV 프로그램들도 앞다퉈 만덕씨 사연을 다뤘다.

본보 취재팀도 마찬가지였다. 오창의 강제노역 현장을 찾아 마을주민과 주인 부부를 인터뷰하는 것은 물론, 오송에 거주하고 있는 만덕씨 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신체에 학대 흔적은 없는지, 병원 진료기록과 비교해 상태를 확인하고 조사일정을 쫓는 등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하며 열을 올렸다.

경찰은 "수사 방해"라며 격앙됐다. 장애인 단체들은 "인권침해"라며 언론의 행태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아니, 멈추지 못했다. 그것이 '기자'의 역할이고 본분이라는 판단에서다.

수사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경찰은 1일 축사 주인 부부에 대해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무엇이 진정으로 만덕씨를 위한 일이었나?" 사건 종결에 앞서 자문해 본다. 취재과정에서 알 권리를 명분삼아 만덕씨와 가족에게 과잉취재 혹은 취재윤리를 넘어섰던 것은 아닌 지를 말이다. 만덕씨의 삶은 이제 시작이다. 그는 축사노예에서 벗어나 행복해질 권리를 찾았다. '장애인 축사노예'라는 다소 자극적인 타이틀로 전국 이슈가 된 이번 사건이 만덕씨와 그의 가족에게 상처로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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