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윤여군 국장 대우 겸 옥천 영동 주재

"법은 만인앞에 평등하다"고 했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 정의를 구현하고 사회의 대변혁을 불러올 부정청탁·금품수수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일부 계층에만 적용되고 특권층은 제외돼 만인앞에 평등한 법과는 거리가 멀다.

법이 만인앞에 평등하지 못하면 법의 효력을 잃고 만다. 적용대상과 선물·식사비 상한선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미 우리사회의 불신의 골이 깊고 사회정의가 상실된 것을 반증하고 있는 만큼 법 적용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접대 기준을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에서 5만 원과 10만 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원안대로 유지를 주장하는 등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자 우선 시행부터 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누군가가 불평등한 법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으면 그때 보완하자는 것인가. 만인앞에 평등하지 않은 법으로 인해 누군가는 피해를 당해야 그때가서 법을 보완하겠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입법을 위해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국회의원들의 생각이라면 더욱 그렇다. 국민권익위가 지난 2014년 실시한 부패인식도 조사를 보면 일반 국민의 62.8%가 "우리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청렴도지표에서도 우리나라는 43위로 '부패 후진국'의 오명을 씻어야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부패 후진국의 오명을 하루 빨리 벗어나는 길은 고착화된 관습을 바꾸고 청렴불감증부터 개선해야 한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인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들이 마치 부조리의 온실인 것처럼 비쳐지는 왜곡된 시각도 경계해야 한다. 식사와 선물을 마치 모두가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것으로 인식되는 역효과마저 발생하고 있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언론인이나 교사들에게 촌지를 종종 건넨적이 있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촌지라고 쓰여진 누구나 받기 어색한 흰봉투였다. 그 속에 담긴 것은 흔히 말하는 돈이 아니고 마음속에서 우려난 진정한 감사의 표시로 건넨 정표였다. 그래서 겉 봉투에 "寸志"라고 쓰여 있었다. 그 뜻은 사전적 의미로 '촌심' 또는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다.

이제는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도 뇌물의 성격으로 변질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대가성으로 규정돼 이를 처벌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 '촌지'도 아득한 옛말이 될 것이다.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도 대상에 들어간 만큼 이들보다 더 공공성과 영향력이 막강한 변호사, 시민단체·상급 노조 등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김영란 법에는 국회의원등 선출직을 통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민원 ·고충을 전달하는 것은 예외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김영란법 적용에서 제외시켜서는 안된다. 김영란법이 특권층앞에서 평등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지속적인 개정, 보완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서는 모두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공감을 받아야 한다. 만인앞에 평등한 법을 제정해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다. 입법예고 기간인 만큼 모호한 조항은 더욱 구체화해 기존의 사회관행을 뒤엎는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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