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연예계가 초긴장 상태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중국의 보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사드 보복'설로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가요·공연·예능·드라마·영화 등 연예계 전 분야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에 의한 한국 연예인,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제재는 당장 업계에 금전적인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류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직 직접적인 피해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4일 중국 국영매체 CCTV가 '9월1일부터 광전총국에서 한국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자막을 내보냈다는 괴소문과 함께 합성된 캡쳐 사진이 떠돌면서 연예계의 불안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또 그룹 '와썹'의 중국 공연이 잇달아 취소되고, 배우 유인아가 후난위성 TV 28부작 드라마 '상애천사천년2:달빛 아래의 교환'(相愛穿梭千年)에서 하차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 일들을 '사드 보복'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내 분위기가 이렇게 '한류 거부'로 흘러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는 쪽은 가요·공연 업계다. 대형 콘서트도 있지만 단발성 이벤트가 많고, 이런 행사의 경우 대부분 한·중 가수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여서 한국 가수 한 두명을 빼도 진행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업계에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누군가 사드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는 못들어봤다"면서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업계 모두가 공유하는 내용인 것 같다.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쪽에서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중국 쪽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티는 내지 않지만 비상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영화·드라마 업계는 상대적으로 침착한 분위기이지만, 중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한·중 합작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며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듣지못했다"면서도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와 드라마는 투자금이 크고, 그만큼 투자자도 많은데다가 관련 회사도 다수 얽혀 있어 아주 작은 소문이 전체 프로젝트 진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최대한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중국이 제재를 가하기 시작할 경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광전총국이 직접 지시를 하는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고, 간접적인 '액션'이라도 보이게 되면 중국 연예계 관계자들이 알아서 한국 연예인과 콘텐츠에 대한 조치를 취하게 될 거라고 예상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대책이 어디 있나. 중국이 힘을 쓰면 그냥 당하는 거다. 방법이 없다. 정부에서 나서주는 것 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와 관련 "아직 소문들만 떠돌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그 소문조차도 이미 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그러면서 "정치적인 이슈를 문화계로 끌고 들어가는 굉장히 옳지 못한 행동이다. 하지만 중국이 사드 문제를 그만큼 민감한 이슈로 보고 있다는 걸 정부가 읽어내지 못한 것 또한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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