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여자 역도 53kg급
"하늘이 선물을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적으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윤진희(30·경북개발공사)는 감격에 겨운 듯 눈시울을 붉혔다.
그럴 만도 했다. 윤진희는 인상에서 1차 시기에 88㎏을 들어 올렸다. 90㎏에 도전한 2,3차 시기에서는 모두 실패했다.
용상에서는 2차시기에 110㎏을 번쩍 들었다. 3차시기에서는 1㎏ 늘어난 111㎏으로 합계 199㎏을 기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윤진희의 메달 가능성은 희박했다.
3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아직 인상 1위인 리야쥔(중국)의 시기가 남아있었다. 리야쥔은 인상에서 101㎏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윤진희를 앞지르는 일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리야쥔이 1차시기에서 123㎏을, 2·3차시기에서 126㎏을 모두 실패하면서 실격되는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고 덕분에 윤진희는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시상식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윤진희의 눈은 눈물을 펑펑 쏟은 듯 붉게 충혈돼 있었다.
윤진희는 "6번의 시기를 모두 성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인상에서 너무 못해 걱정이 많았는데 하늘이 도와주셨다. 말도 안 되는 메달을 땄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그는 "메달 기대보다는 6번 다 해보려는 목표를 잡았다. 최선을 다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니 (메달이) 따라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2년 초 현역에서 은퇴한 윤진희는 3년 만인 지난해 다시 바벨을 잡았다.
올림픽을 목표로 한창 구슬땀을 흘리던 지난해 오른 어깨 부상이 찾아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윤진희에게는 괴로운 시기였다.
윤진희는 "작년 말에 올림픽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김아영 트레이너가 '아프지만 기적을 한 번 만들어보자'고 다독였다"고 고마워했다.
그의 남편인 대표팀 후배 원정식(26·고양시청)은 이날 체육관을 찾아 아내에게 기를 불어넣어 줬다. 당장 이틀 뒤 경기를 치러야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원정식은 윤진희의 메달이 확정되자 방방 뛰며 기뻐했다.
"모레 경기가 있어서 사실 오늘 오지 않기를 바랐다"던 윤진희는 "와줘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웃었다.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