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더위로 인한 학교급식 식중독이 늘고 있다. / 중부매일DB

사상 최악의 8월 폭염으로 열사병과 콜레라 환자가 잇따르는가 하면 농축산어업 분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병원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평년보다 갑절이 늘었고 7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양식장 물고기가 폐사했다. 여기에 전국 각지의 농지에서 밭작물이 타들어가 농·축산·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 급식소도 예외가 아니다. 불볕더위가 개학 이후에도 계속되면서 전국 학교에 식중독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과 경북, 부산, 대구에서 학교 급식을 먹은 학생 727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나타낸 것으로 집계돼 교육·보건당국이 비상이 걸렸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기온과 습도가 상승하면 병원균의 부화율과 분포도가 높아지고 전염병의 매개 역할을 하는 각종 곤충의 개체수가 늘어난다"며 "35도 이상의 폭염이 지속되고 습도까지 높은 올 여름은 이런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무더위로 인한 식중독은 충청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제 학교 급식소의 식자재 안전관리가 심각한 과제가 됐다.

24일 대구의 고교 2곳에서 학생 124명이 설사와 복통 등을 호소했고 경남 창원과 인천에서도 100명이 넘은 고교생이 집단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 이에 앞서 23일에는 서울 동대문구의 고교생 42명과 경북 봉화의 중·고교생 109명이 복통, 설사 등의 증세를 보였다. 복통과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인 학생들은 약물치료를 받고 대부분 등교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일부는 자가 치료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집단 식중독 의심 증세가 발병한 학교들은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급식을 잠정 중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식중독이 발생한 것은 일단 식자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급식을 먹고 이상 징후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학부모들도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다. 불량급식으로 인해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도 우려된다. 식중독은 온도·습도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올 여름처럼 무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된다면 식자재 관리에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폭염이 전국적으로 이번 주말부터 점차 누그러지겠지만 9월까지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더위가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행히 충북은 올해는 물론 최근 몇 년간 학생들의 식중독 사례는 없다. 지난해 5월에는 청주 모중학교에서 구토, 복부통증, 설사 등 집단 식중독 유사증세가 발생했지만 정밀검사를 벌인 결과 노로바이러스만 검출돼 식중독은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식자재 관리가 소홀해 진다면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지 모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폭염으로 조리실 내부 온도가 한낮에는 50도 이상 올라가고 밤에도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당일 조리할 식자재도 반드시 냉장 보관하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밤낮으로 한증막 더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식자재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보건당국과 교육청은 단 한순간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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