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이 높다는 이유로 다른 암컷의 알을 빼앗고 다른 어미와 다퉈 이기면 양쪽 새끼를 모두 데리고 가는 타조. 갖고 있는 둥지가 어느정도 좋으냐로 수컷을 고르는 붉은점찌르레기. 메마른 건기동안 습한땅에 들어가 잠을 자며 우기를 기다리는 열대동물들」. 이 처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기한 일들 천지다.
스스로 글쟁이 못지 않게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동물생태학자 최재천 서울대교수가 펴낸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동물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보다 유익한 책이다.
동물과 인간 이야기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지금 이순간 인간과 함께 지구를 공유하고 있는 동물의 세계를 소개하고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인간들의 세상사를 되돌아 보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 책은 특히 알 듯 하면서도 잘 모르는 동물세상의 숨겨진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면서 책 곳곳에 동물의 세계를 빗대 세상사를 꼬집는 글들을 실어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짧은 단문의 글 60여편을 한권의 책으로 묶고 전문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등 표현을 간결하고 쉽게 해 청소년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고를 수 있다.
남의 자식을 이런 저런 이유로 빼앗는 동물들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동물세계를 통해 인간세계와의 유사성을 언급하면서 때론 인간세상이 훨씬 비정하며 자연의 법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인간과 가장 닮은 개미들의 이야기가 책 곳곳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알을 낳는 여왕개미가 우두머리 역할을 하지만 일개미와 유전적으로 차이가 전혀 없고 서로 다른 일을 맡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은 개미사회의 구조가 어느 면에서는 우리 인간의 것보다 성숙됐음을 일깨워 준다.
물론 일하는 개미가 전체의 1/3에도 못미치고 여왕물질이란 페르몬으로 일개미들을 부린다는 사실 등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얘기들이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다른 집단과 동맹을 맺고 목적달성후 내부다툼으로 이어지며 전쟁으로 영역을 확보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이어 자연생태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동성애에 대한 인간의 편견과 어려운 동료를 돕는 고래들을 통해 본 우리사회의 장애인 위상, 백로ㆍ하이에나 등이 펼치는 피비린내 나지만 공정한 경쟁, 완벽한 일부일처제지만 자식양육 문제로 이혼하는 갈매기, 정자와 난자의 비교 및 모계로 이어지는 유전자와 호주제 등을 통해 인간세상의 치부를 하나하나 들춰낸다.
책 읽는 재미로는 순수한 동물들의 세계가 보다 더 인상적이다. 친척과 이웃에게 피를 나눠주는 흡협박쥐, 생존이 바탕이 되는 뻐꾸기의 시간감각, 동족의 뼈에 애도하는 코끼리, 거리와 방향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벌들의 꼬리춤, 개미와 유사한 벌들의 사회체계와 비정한 모정 등은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 다시 흥미를 자아낸다.
또한 암수의 구분이 기생생물로부터의 방어목적이라거나 하이에나, 말 등의 소규모집단에서 권력세습이 이뤄지고 잠자리의 영어이름이 용파리라는 사실 등도 흥미롭다.
하지만 이 책에서 독자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끄는 부분은 동물들의 성(性)이야기 일 것이다. 앞서의 동성애를 비롯, 번식을 위해 뚱뚱한 암컷을 좋아하는 귀뚜라미, 꼬리의 길이로 암컷을 유혹하는 제비, 금실의 상징인 원앙도 배다른 새끼를 낳는다는 얘깃거리에 자신의 성기(꽃)으로 곤충을 유혹하는 식물들 이야기도 더해진다.
여기에 암수와 관계없이 보다 나은 투자조건만이 보다 많은 종족번식의 기회를 갖게 해준다는 사실을 다양한 동물들이 입증함으로써 동물과 인간간의 거리가 결코 멀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다만 여기저기 실었던 글들을 한 곳에 모으다 보니 일부 내용이 겹치고 시사적인 문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넘쳐 전달자의 입장을 벗어난 글 등이 눈에 거슬리며 아쉬움으로 남는다.
( 최재천 / 효형출판 / 8500원) 자료제공 순천문고(222-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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