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손자를 낳았다」는 전화 연락을 받고 아내와 나는 급히 상경했다. 산부인과를 찾아 손자 얼굴을 들여다본 순간, 그 기쁨이 가슴 가득 넘쳤으며 귀한 어린 생명이 따뜻한 품속에서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아내는 산후조리를 위해 서울에 더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나는 이튿날 아침 청주로 내려와 아내가 하던 살림을 대신 떠맡고서 밥도 지으며 빨래와 청소도 했다. 열흘만에 손자 이름도 짓고 출생신고를 하도록 연락을 한 다음, 이어서 아내와 통화를 할 적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가던 중 『화분에 물을 주었느냐』고 하기에 『알았어』하고 전화를 끊으면서 바라본 화분엔 잎이 말라 있는 것이 아닌가.
 서울에서 내려올 때 화분에 물을 주라고 신신당부한 아내의 말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전화를 받고 나서 생각이 났다. 물을 주니 마른 잎이 생기를 되찾고 화분에 핀 빨간 꽃이 나를 반긴다.
 잔뜩 찌푸린 날씨를 보니 눈이 올 듯하다. 눈이 내리면 골목에도 울안에도 눈꽃이 피는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 아내가 다시 돌아와 눈을 맞고 방안으로 들어서는 아내의 얼굴에도 환한 꽃이 하나 더 피겠지.
 창문을 열고 보니 앙상한 퍽이나 외로워 보인다. 겨우내 눈비를 맞고 견디며 봄을 기다리는 숙연한 그 모습과 같이 손자도 그렇게 추운 겨울을 이기며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소망을 걸고 보니 흐뭇하기만하다. 온 가족이 손자 얼굴을 보는 기쁨으로 그 분위기가 확 달라진 느낌이다. 손자를 봤다는 소식이 이웃에도 전해지자 축하 전화를 받기도 했다.
 계미년 새해를 맞아 모든 사람들이 내가 손자를 본 마음처럼 기쁘게 살수 없을까!
 화분에 피어난 어여쁜 꽃 향기가 방안으로 가득 번지듯, 화합하는 마음이 산을 넘어 강을 건너 온통 나라안으로 퍼져갔으면…/ 청주 사랑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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