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

바야흐로 미디어의 전성시대이다. 공중파 TV등 공적 미디어뿐만 아니라 각종 모바일 SNS를 통한 1인 미디어까지 소통과 교감의 채널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 사용자도 남녀노소 구별없이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로 광범위하다. 기성세대는 각자 필요에 의한 사용정도에 따라 이러한 미디어에 익숙한 정도가 다르지만, 청소년이나 젊은 세대는 거의 본능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받아들이고 활용하는게 현실이다.

특이한 점은 젊은 세대들은 모바일 SNS를 활용함에 있어서 합리적 이성이나 체계적 이론보다는 보여지고 느껴지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소위 '직관'적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더구나 요즘은 기성세대들도 바쁜 세태만큼이나 '직관'적 반응에 점점 더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다소 가벼운 오락적인 컨텐츠들 뿐만 아니라 합리적 이성의 영역에서 판단해야 할 주제들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느낀 그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빈번해 졌다. 나아가 이러한 현상들이 쌓이고 모여져 시중 여론을 형성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시대적 추세를 반영해서인지 각종 사회현상이나 논쟁거리, 중요한 정책 결정사항 등에 있어서 사전에 여론조사를 통해서 시민들의 반응을 살피고 정책 및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경우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이나 SNS를 통한 여론조사 및 활용은 분야를 막론하고 날로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 '무작위의 마술'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많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민의(民意)'를 묻는 방법으로 학자뿐만 아니라 정치가, 매스컴 그리고 광고업계도 큰 관심을 갖고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무작위 마술' 결과물의 경계선에는 늘 '포퓰리즘'이 도사리고 있다.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포퓰리즘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 여론조사 결과인 것이다. 비현실적인 선심성 정책을 내세워 일반 대중을 호도한 후 지지도를 이끌어내고, 대중을 동원하여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하고 목표를 쟁취하려는 때에도 그 뒤에는 '민의(民意)'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여론조사 결과가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때 포퓰리즘에 근접한 정책적 목표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민의'가 곧잘 악용되곤 한다. 게다가 '직관'적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그 악용의 유혹은 더 커지는게 일반적일 것이다.

포퓰리즘의 근본 요소는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적 편의주의나 기회주의이다. 전형적으로 자신의 편의에 따라 사람들에게 비합리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선심 정책을 남발하곤 한다. 포퓰리즘에 기초하여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은 권력과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고 겉모양만 보기 좋은 개혁, 당장의 국면만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정책을 내세운다. 그들은 국민과 지역 및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목적만을 위하고, 주도세력의 파워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뿐이다.

이러한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의'에 기초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기회주의나 편의주의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도자의 역사적 사명의식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멀리 미국의 트럼프로부터 비롯된 포퓰리즘 논쟁, 국내적으로는 최근 안보상황에 기인한 '핵무장론' 과 '모병제' 논쟁, 지역적 이슈에서 전국적 이슈로 부상한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 수당' 논쟁 등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포퓰리즘 관련 논쟁이다.

가까이는 우리를 둘러싼 MRO 국책사업, 충북도와 청주시의 각종 국제행사 유치, 세종역 신설공약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민의'와의 경계가 어디인지 역사적 사명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곰곰이 되짚어 봐야만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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