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두 마리 전신주 감전사… 서식환경 총체적 문제

지난 8월 예산군 광시면 시목리에서 전신주에 감전사한 황새 사체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황새의 야생방사 중단을 선언했다.

복원해 자연으로 돌려보낸 천연기념물 황새가 전신주에 내려앉았다가 감전사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황새의 서식환경에 총체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황새생태연구원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한반도 황새 야생 방사를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은 예산황새마을 감전사 등 방사한 황새 2마리가 최근 잇따라 전신주에서 감전돼 죽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지금처럼 위험한 환경 속에서 황새를 계속 방사한다면 전신주에 감전사하는 것을 비롯한 비극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조류는 한개 선로에 앉으면 감전이 되지 않지만 두개 선로에 닿으면 감전사할 우려가 있다"면서 "선로간 간격이 좁은 한국의 전신주는 황새 등 대형조류에게는 지뢰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 등 선진국은 두 선로의 간격을 1m 이상으로 넓게 해 대형 조류의 감전사고를 막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방사를 중단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예산군 광시면 대리에서 방사한 황새 민황이(고유번호 K0003)가 전신주에 내려앉으려고 선회하는 과정에서 날개가 전선에 닿으면서 감전돼 죽었다.

앞서 지난 8월에도 방사 황새 한 마리가 같은 원인으로 죽었다.

천연기념물(제199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인 황새는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 한 쌍 중 수컷이 산란 직후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은 뒤 자연 번식이 중단됐다.

황새생태연구원은 1996년 러시아에서 황새 2마리를 들여와 국내 첫 인공증식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해 9월3일 충남 예산에서 8마리의 황새를 방사했다. 올해는 5월31일 2마리, 7월18일 4마리 등 총 15마리의 황새를 야생에 방사했다. 또 지난 5월 방사한 황새부부가 새끼 2마리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말 중국으로 향하던 황새가 폭풍에 휩쓸려 일본에서 폐사했고, 2마리가 감전돼 숨졌다. 현재 14마리의 황새가 야생에서 서식하고 있다. / 김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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