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매우)''노잼(재미없다)' … 정체불명 신조어 난무

[중부매일 황다희 기자] 오는 9일은 훈민정음 반포 570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그렇다면 한글의 날을 맞아 2016년 현재의 우리말 사용 실태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한글은 정체불명의 신조어가 창조돼 우리 일상생활은 물론, TV 매스컴까지 장악했다. 심지어 기존 단어의 뜻이 새롭게 변질돼 우리가 알던 '식빵'이 더 이상 식빵이 아닌 시대가 온 것이 현실이다. '식빵'의 사전적 의미는 밀가루에 효모를 넣고 반죽해 구워 낸 주식용 빵이다. 그러나 이제 식빵은 빵이 아닌 욕설(18)을 순화한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한글 훼손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줄임말 사용이다.

'카톡'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이름을 줄인 말이지만 이제는 이 단어가 고유명사처럼 자리잡아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물어보지 않았다'는 뜻의 '안물', '아주 큰 이익을 얻었다'는 '개이득', '너무 혐오스럽다'는 '극혐', '정말 맛있다'는 '존맛' 등으로 줄여서 말하는 게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줄임말이 다소 부정적인 어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매우', '너무'라는 뜻을 대신 '개', '핵', '존' 등의 말을 앞에 붙이는 경우가 그렇다.

고등학생 자녀는 둔 한 학부모 A(50·여)씨는 "아들이 '헐…', '엄마 그거 노잼이야' 등 이상한 단어를 자주 쓴다"며 "아이들이랑 대화하기 위해서 가끔은 그런 단어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B(53)씨는 "요즘 애들은 자기들끼리만의 은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며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청주대학교 국어문화원 송대헌 책임연구원은 "방송에서 '환장한다'는 단어를 자막으로 사용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상황에 맞지 않는 표현, 자극적 단어가 사회에 난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는 습관으로 형성됨에 따라 방송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방송매체나 SNS 등을 통해 표현을 접할 때 신중을 기해 접근하고 방송에서 행해지는 말과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 황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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