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학연구원과 함께하는 과학이야기]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이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과거 수천 년 동안 매년 수백 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인류를 괴롭히던 결핵은 항생제의 발견과 함께 박멸의 가능성을 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이 유행하면서 결핵 환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 종합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결핵으로 판정받는 등 집단시설에서 결핵 환자가 발생하면서 의료 당국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후진국병'이라고 알려진 결핵, 하지만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률은 OECD 가입국 중 1위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5년 등록된 결핵 환자는 4만857명인데, 이 중 처음으로 결핵을 진단받은 신규 환자는 3만4천123명으로 전체 83.5%입니다. 신규 환자 수는 1960년대부터 꾸준히 줄어 2003년 3만1천명 이하로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증가해 2005년부터 3만4천~3만9천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2천305명(2014년 기준)에 달하는 데 이 유병률과 발생률은 OECD에 34국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더 큰 문제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 수도 OECD 가입 국 중 가장 많다는 점입니다. 다제내성 결핵은 '다제', 즉 여러 가지 결핵 약제에 결핵균이 '내성'이 생겨 약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결핵을 뜻합니다. 결핵 치료제는 크게 결핵균을 죽이는 약과 균의 증식을 막는 약으로 구성돼 있는데 다제내성 결핵은 그 중 가장 핵심적인 살균치료약인 이소니아지드(Isoniazid, INH)와 리팜핀(Rifampin, RMP)에 내성이 생긴 경우로 치료가 어렵습니다.

 국내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기존 환자를 제외하고 새롭게 진단받은 신규 환자만 2011년 957명, 2012년에 1천212명을 기록하고 2015년에는 787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년 1천 명 정도가 다제내성 결핵에 걸리는 것입니다.

 다제내성 결핵은 처음부터 다제내성균에 감염돼 발병하지만 처음 결핵에 감염됐을 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몸 속 결핵균이 내성을 획득하면서 발병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많은 경우 치료 실패로 기존에 결핵을 앓고 있던 환자에게서 다제내성 결핵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70~80대 환자가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제내성 결핵의 신규 환자의 연령대를 보면 20~30대가 35%입니다.

 광범위내성 결핵 환자의 경우도 22%가 20~30대로 5명 중 1명 이상 꼴입니다. 광범위내성은 다약제내성 결핵이면서 플루오로퀴놀론계(Fluoroquinolone) 약제 중 한 가지 이상의 약제와 3가지 주사제(Capreomycin, Kanamycin, Amikacin) 중 한 가지 이상에 내성을 보이는 결핵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약제의 수가 매우 적고 치료 성공률도 낮아 '수퍼결핵'이라 불립니다.

 결핵은 공기로 감염됩니다. 기침 같은 비말 감염은 기침과 재채기를 하면 그 침방울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섞여 있어서 2~3m 이상 떨어지면 전염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결핵은 침방울이 말라도 결핵균이 떠다니기 때문에 원거리까지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핵 환자와 접촉한 사람 중 1/3이 감염됩니다. 물론 감염이 된다고 모두 결핵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감염이 되면 결핵균 보균자가 되고 이 중 10%가 활동성 결핵으로 증상이 나타납니다.

 전문가들은 결핵의 발병률이 20~30대에서 많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인구밀집과 사람들과의 교류, 그리고 스트레스를 꼽았습니다. 20~30대의 경우 여러 사람을 만나고 활동범위가 넓어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이 인구 밀집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결핵균에 감염될 확률이 높은데다가 스트레스가 많다보니 면역력이 낮아 활동성 결핵균이 나타나는 것이라 추정했습니다.

 결핵 예방법은 금연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결핵에 잘 걸리고, 또 결핵에 걸렸을 때 치료 실패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도 높습니다. 또 기침이나 가래 등 감기 증상이 오래가거나 갑작스런 체중 저하나 식은땀을 흘리는 것과 같은 결핵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통해 빨리 진단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결핵환자의 관리나 신약 개발과 같은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다제내성 결핵과 광범위내성 결핵의 경우 환자는 증가하는 반면, 치료 효과는 낮고 많은 부작용을 갖고 있는 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약 개발이 시급합니다.

 또 결핵은 90%가 폐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폐결핵을 결핵으로 많이 알고 있는데 사실 뇌신경계와 림프계, 소화기계, 비뇨생식기계, 골관절계 등 온 몸에 다 생길 수 있는 병입니다. 최소 6개월에서 24개월까지 치료를 해야 나을 수 있는 심각한 병이지만, 그에 비해 공기를 통한 감염으로 전염이 쉬운 병입니다. 그만큼 치료에 응하지 않는 환자에 대한 집중 관리부터 높은 치료비용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의 지원책 등 국가차원의 집중관리가 필요합니다.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