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현장서 키우는 꿈·인성교육] 3. 음성 푸르미 농촌교육농장

지난달 19일 청룡초등학교 4·6학년 12명의 학생들은 충북 음성에 위치한 '푸르미 교육농장'을 찾아 가마솥을 이용한 전통방식 밥 짓기 체험과 소화기 사용법 등 안전수칙을 숙지하는 체험프로그램에 무료로 참가했다. 사진은 청룡초등학교 학생들과 어완선 푸르미 교육농장 대표(오른쪽 첫번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충북 음성에 위치한 푸르미 농촌교육농장(대표 어완선)은 농촌진흥청이 인증한 농촌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장이다. 어완선 대표의 목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교육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푸르미 교육농장에서는 '가마솥, 나는 울어야 행복해'를 주제로 융복합교과수업이 진행됐다. 이날 체험교육은 어완선 대표의 교육기부로 청룡초등학교 4·6학년 12명의 학생이 무료로 참가했다. 어완선 대표는 5년 전부터 교육기부를 통해 인근지역 학생들에게 체험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교육내용은 옛날 어머니들이 가마솥을 이용한 전통방식으로 밥을 짓는 것이다. 불을 이용하는 수업으로 소화기 사용법 등 안전수칙을 숙지하고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먼저 3개의 모둠으로 나눠 '허수아비가 지킨 쌀', '푸르미농원', '가마솥' 등 모둠이름을 지었다. 우선 모둠별 인원 수 만큼 쌀의 양을 계량하고 쌀을 씻는다. 쌀은 조리(조래미)로 일었다. 조리와 물의 중력을 이용해서 쌀 속에 있는 돌을 골라내는 것이다. 난생 처음해보는 조리질에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지금은 쌀을 도정해서 돌을 고를 필요가 없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현대의 도정과정을 알아본다.

잘 씻은 쌀은 물량을 조절해서 가마솥에 안쳤다. 이 곳에서 쓰는 가마솥은 특별 제작했다. 옛날 무쇠가마솥은 무거워서 학생들이 다루기 어렵고 관리도 힘들다. 그래서 아이들의 체험교육에 적합하도록 만들었다.

아이들은 밥을 짓기 위해 불 담당을 제외하고 모두 산으로 땔감을 하러 갔다. 밥을 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땔감이 필요한지 가늠이 안 되는 아이들은 난감해했다.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전날 내린 비로 땔감이 젖어 연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콜록콜록 눈물바람이었다.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드디어 가마솥이 눈물을 흘리며 밥이 다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잠시 뜸들이기를 한 후에 솥뚜껑을 열어 밥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진밥(가마솥 모둠), 된밥(푸르미농원 모둠) 안성맞춤 밥(허수아비가 지킨 쌀 모둠) 등 골고루 나왔다.

반찬도 자급자족이다. 미션을 통해 농장주변에서 농산물을 수확해 점심식사를 차리는 것이다. 닭장에서 계란을 구한 모둠은 계란말이를,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 줄기 수확한 모둠을 고구마줄기 볶음을, 나머지 모둠은 감자볶음을 만들었다.

가마솥에서 직접 지은 밥과 반찬으로 건강한 밥상을 차린 아이들은 맛있게 먹었다. 된밥에서 나온 누룽지는 후식이 됐다. 설거지를 끝낸 아이들은 밥상이 차려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매일 밥을 해주는 어머니께 감사의 편지를 썼다. 서로 예쁜 편지에 쓰겠다고 야단이다.

체험을 모두 마친 아이들은 소감을 나누었다.

허수아비가 지킨 쌀 모둠의 박형준(6년) 학생은 "가마솥에 밥을 지을 때 불 담당이었는데 연기가 많이 나서 힘들었는데 직접 지은 밥을 친구들과 함께 먹을 수 있어서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훈(6년) 학생은 "오늘 체험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땔감을 찾는 구하는 것이었고, 가장 재미있는 일은 전통방식으로 밥을 하는 것" 이라며 "앞으로 설거지, 밥하기 등 엄마, 할머니를 도와 드리겠다"고 체험소감을 밝혔다.

홍민기(6년) 학생은 "불 조절을 잘 못해서 만들어진 누룽지도 맛있었고, 닭장에서 계란을 꺼내는 일도 재미 있었다"며 "또 오겠다"고 말했다.

어완선 대표가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다. 어완선 대표는 체험을 마친 아이들이 "선생님 재미있었어요. 또 올게요."라는 인사를 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이날 교육목표는 ▶전통방식을 이용해 밥을 지을 수 있다. ▶미션을 통해 농장주변의 농산물을 수확하여 식단을 차릴 수 있다. ▶밥상이 차려지는 과정을 알고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 할 수 있다 이었는데 아이들의 즐거운 표정에서 모두 이루어짐을 짐작하게 했다.

이곳에는 아주 특별한 교육체험장이 또 있다. 논의 다원적 공익가치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다랑이 논 체험'이다.

비탈진 곳에 계단식으로 조성된 좁고 긴 다랑이 논 아래에 위치한 마을과 다랑이 논이 없는 마을의 홍수피해를 직접 눈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두 가지 상황을 설정해 놓고 실험한 결과 다랑이 논 밑의 마을은 홍수피해가 없었는데, 다랑이 논이 없는 마을은 홍수에 떠내려갔다. 어완선 대표는 "이 체험을 통해서 논은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도 지켜주고, 재산도 보호한다는 논의 다원적 공익가치를 깨닫게 된다"며 "농업과 자연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생생하게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견학 왔던 농업박사도 다랑이 논 체험교육을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푸르미 교육농장에서는 국악체험도 가능하다. 어완선 대표는 현재 대소중학교 등서 사물놀이, 대취타 등을 교육하는 선생님이다. 지도를 맡은 학교마다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어 명성이 자자하다. 또 국악단을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공연도 한다. 푸르미 농장은 한국문화체험이 가능한 교육농장이다.

어완선 대표

어완선 대표는 "교육농장은 인성교육장"이라고 강조한다. 요즘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교육환경이기 때문에 자연 속에서 인성교육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자연은 사계절의 변화과정을 통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창의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산 교장이 된다고 말한다.

어완선 대표는 체험교육 관련 문의를 하는 교사 중에 절반 이상이 아직도 감자 캐기, 고구마 캐기 등 단순 체험을 원한다고 한다. 감자를 캐서 한 봉지 집에 가지고 가는 것이 교육농장이 아니다. 감자를 캐서 그 감자를 이용해서 미술창작품까지 만들어 교육적 가치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 교육농장의 역할이다.

푸르미 교육장 한쪽 벽면에는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의 교과서가 빼곡하다. 항상 연구한다. 유치원에는 교과서가 없는 줄 아는데 월별 교육주제가 있다. 이 곳에서 준비한 직업진로 포트폴리오를 보면 한 학생이 30회를 체험해도 다 못할 정도로 방대하다. 농업과 연관된 직업은 수 없이 많다. 6차 산업 교육농가의 체험을 통해서 농업인, 상표디자이너, 마케팅, 요식업, 숙박업, 관광산업 등 모든 직업체험이 가능하다.

푸르미 교육농장은 싱가폴, 대만 등 외국인 체험객도 많이 온다. 어떤 경우는 다섯 번이나 방문하는 외국체험객도 있다. 글로벌 교육농장으로 인기가 좋다.

어완선 대표는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농사일을 거들며 성장했는데 가난이 싫고, 농촌이 싫어서 떠났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자연을 보고 살아보자고 결심을 해서 귀농을 했는데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완선 대표는 "도시민들은 땅을 자산으로 보는데 농업인은 땅을 생명으로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농업철학, 교육농장 교사로서의 철학이 엿보인다.

/ 글 김금란·사진 김용수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가마솥, 나는 울어야 행복해' 체험 과정사진


<표>■ '가마솥, 나는 울어야 행복해' 체험의 교과관련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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