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나눠 먹는 것도 눈치... 움츠러든 교직사회

김영란법 시행후 학교 보안관실 앞에 놓인 학부모 물품 보관함 / 사진 뉴시스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오는 28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가장 혼란스러운 곳은 학교현장이다. 시행 첫날인 지난달 28일 첫 신고가 접수됐는데 한 대학생이 교수에게 건넨 캔 커피였다. 스승에게 감사의 뜻으로 전했던 음료수 한 개가 법적 제재 대상이 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밝힌 청탁금지법 적용 기관 수는 4만919개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만1천201곳이 학교 기관이다. 김영란법 시행 한 달, 달라지는 학교풍경을 살펴봤다.

청주지역 한 고등학교에는 학생들에게 '간식 선생님'으로 통하는 교사가 있다. 항상 가방에 학생들이 좋아할만한 간식을 넣고 다니다 요긴하게 사용한다.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들에게는 잠 깨우기 용으로, 대답 잘 하는 학생들에게는 칭찬용으로.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이후 그 가방이 사라졌다.

음성지역 한 고등학교에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학교는 '교사배움동아리'를 운영한다. 교사배움동아리는 김모 수석교사의 지도하에 24명의 교사들이 모여 학생중심 창의적 교수법을 연구한다. 동아리 지도를 맡은 김모 수석교사는 내달 7일이 모임인데 이날은 특별히 떡도 준비하고, 그동안 열심히 참여한 교사에게 책을 선물하려고 계획했다가 모두 취소했다.

얼마 전에는 1학년 여학생이 케이크 한 조각을 들고 교무실을 찾았다. 그 케이크를 받은 교사가 "김영란법 때문에 못 받는다"고 거절을 했더니 그 학생이 너무 무안해해서 할 수 없이 같이 케이크를 먹었다.

또 이 학교의 학부모회장은 떡집을 경영한다. 이 학부모회장은 학기별로 진행하는 학부모수업참관일에 자발적으로 떡을 준비한다. 올해 1학기 학부모수업참관일에도 떡을 준비해서 참여한 학부모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오는 12월 20일에는 2학기 학부모수업참관 행사가 마련했는데 이번에는 학교 측에서 정중히 거절할 예정이다.

초·중·고 교사는 매년 교원능력개발평가를 받는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학생만족도조사, 학부모만족도조사와 동료평가로 나뉜다. 따라서 교원들은 교장과 교감, 동료,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모두 평가를 받는다.

김영란법은 학부모와 교사간의 관계뿐 아니라 학생과 교사간, 교사와 교사들의 관계도 직접적인 직무연관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이러한 이유로 김영란법은 학교 현장에서 뜨거운 논란거리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청탁과 접대문화 일소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받으면서도 원칙만을 강조한 경직적인 법 해석이 도리어 비교육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교직사회를 너무 움츠러들게 한다.

작은 선물로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한 교육인데, 이것마저 막는 것은 오히려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사 8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법 해석이 과하다'는 응답은 76.7%(632명)에 달했다. 학부모도 307명 중 55.7%(171명)가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인데 해석이 너무 과하다'고 답했다.

/ 김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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