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최순실이라는 사인(私人)의 국정농단 사태는 안그래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던 우리 경제 전반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려운 국내외 경제여건에 더하여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다음날인 지난 26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2000선을 위협하며 대폭 하락했고, 약체라고 평가받던 경제 컨트롤 타워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하락하다보니 경제정책의 추진력도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정부는 조선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일부 발표했고 부동산 안정대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실효성을 기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는 듯 보인다. 그야말로 '백척간두' 경제 현실에 소위 '퍼펙트 스톰'이 우리 눈앞에 닥쳐와 있다.

 경제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국민들은 일상적인 소비마저 줄이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투자나 신사업진출에 대한 의사결정을 보류하는 추세이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정치 이슈들에 떠밀려 각종 경제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는 전면 중단된 상황이고, 경제관련 뉴스도 뒷전으로 밀리다보니 내년도 예산안이 제대로 시한 내에 통과될까 조차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무리 거대한 태풍이나 쓰나미가 몰려와도 미래 먹거리, 일거리를 포함한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경제 영역은 정치와 분리해서 냉철한 이성적 접근을 해야만 할 것이다.

 위기(危機)라는 말은 위험(危)만이 아니라 기회(機)도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오히려 위기를 우리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도약하는 전환점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 상황을 이겨내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 분야의 전권을 틀어쥐고 의사 결정과 집행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과 시스템이 절실하다.

 전문화, 세분화되고 극심한 경쟁 속에서 위기가 일상화되어 있는 지금의 국내외 경쟁 환경은 우리에게 턴어라운드의 단비를 몰고 올 '레인메이커(rainmaker)'를 간절히 필요로 하고 있다. 원래 레인메이커는 '비를 부르는 사람'인데, 가뭄에 '단비'를 부르듯 놀랄만한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이나 산업 또는 아이템이 우리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는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레인메이커 리더는 위기를 직시하고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인 '플랜 B'가 습관화되어 있는 사람만이 대한민국의 레인메이커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정치권에서 책임총리제가 논의되듯이 이런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는 경제 분야에도 '책임경제부총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책임경제부총리를 여야 합의로 뽑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바닥까지 정책 추동력이 떨어진 경제팀을 추스르고 경제만큼은 전권을 갖고 이끌어 갈 리더십과 결기를 갖춘 리더가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레인메이커로서의 경제 컨트롤타워가 경제부처를 다잡고 국회를 설득하고 공조하여 시급한 경제 현안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와 경제 위기 극복을 별개로 보고 경제 살리기에 온 국민의 마음을 모아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일자리 부문에서 레인메이커는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었지만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세 차례나 추경을 편성했지만 정부가 목표로 한 성장률은 달성하지 못했고 일자리창출 여력도 떨어졌다.

 이런 상황일수록 정부는 못다한 규제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 등을 소홀히 하지 말고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며 미래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방안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듯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며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만큼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레인메이커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순수한 경제논리에 따라 국민역량을 결집시켜 개혁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MRO 사업 무산, 이란 기업의 2조원대 투자 무산 위기 등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 현실 앞에 레인메이커의 존재가 더 절절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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