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발길 끊겨 '최악'…이전·휴업·폐업 고민 20~30% 달해

남주동
'남주동 가구점 골목' 전경 / 신동빈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청주의 '남주동 가구점 골목' 명성이 옛말이 됐다.

40여년전 약전골목에서 가구점 골목으로 조성된 이 거리는 당시 충북 유일의 가구점 거리였고, 중부권 최대 가구점 거리였다. 250m에 이르는 거리에 가구점 40여개가 입점해 청주를 비롯한 충북, 나아가 충청권의 가구 소비층을 끌어당기며 성행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38개 가구점이 남아 있지만 경기불황에 따른 매출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전·휴업·폐업을 고민하는 업체도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주동
'남주동 가구점 골목' 전경 / 신동빈

남주동 가구거리 곳곳에는 '중부 최대 가구거리 65~15% 세일'이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지만 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유동인구도, 구매층도 뜸하다.

엔틱가구 'A.R.T 갤러리'는 매장 입구에 '점포정리' 현수막을 내걸었다.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왔다는 'A.R.T 갤러리' 사장은 "적자가 점점 심해져서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주차공간이 안 좋고 도로가 좁으니까 유입인구 자체가 없다"며 "지나다니는 사람은 노인들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미래가구'에도 '원가 이하 처분, 엄청 싸게 팔아요' 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1년째 걸려있다. 이렇게라도 홍보를 해야 그나마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게 사장님의 말이다.

'미래가구' 사장은 "하루에 5~6명이 찾아오기는 하는데 사지를 않는다"면서 "물건을 구매해도 1인용 의자, 2인 식탁 등 소품 위주가 전부"라고 털어놓았다.

20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는 '대진가구' 안일관 사장은 "옛날에는 충북 유일의 가구단지였기 때문에 청주는 물론이고 충북 전역에서 가구를 사러 여기로 왔었다"고 회상한뒤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30년간 남주동 가구거리를 지키고 있는 전통가구 '선비방' 역시 경기불황을 실감하고 있다.

'선비방' 사장은 "요즘이 '최악'"이라고 말한뒤 경기가 좋아야 안살 것도 사는데 경기가 워낙 안좋으니까 구경하는 사람까지 없다"며 "사람이 와야 그중에 물건 사는 사람이 있는 것 아니냐"며 야속함을 드러냈다.

남주동 가구거리의 침체 이유로는 2000년대 초반 청주시 외곽에 들어선 청원가구마을, 청남가구단지 등 대규모 가구단지에 손님을 뺐겼고, 인터넷쇼핑몰 활성화로 젊은층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주차공간 확보의 어려움, 구도심인 성안길 상권 위축 등이 겹치면서 소비층이 점점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1위 다국적 가구기업인 '이케아(IKEA)'가 충남 계룡시 입점을 확정해 앞으로는 매출타격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가구점 업체들은 2014년 '청주남주동가구거리번영회'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매달 회비를 걷어 TV광고, 블로그광고, 플래카드광고를 진행하고 있고, 이를 통한 매출신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청주남주동가구거리번영회 이윤영 회장(파로마가구 사장)은 "힘들지만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혼수, 이사철이 대목인데 주 소비층인 젊은층이 아예 없는 게 문제"라며 주차공간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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