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르포르타주] ⑥ 네팔여성공동체

수니따 씨. /김용수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많은 노력 끝에 저희가 드디어 네팔 여자 쉼터를 12월 1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께서 함께해 주셨고,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Suni Pandey

지난 2일 청주네팔쉼터 페이스북 페이지(Hamro Mepali Ghar Cheongju)에 올라온 글이다. 청주에서 네팔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쉼터를 운영해온 고니스·수니따(38) 부부는 최근 여성 노동자들만을 위한 보금자리를 열었다.

"여성쉼터가 서울에는 있는데 규모가 크지 않아 아쉬움이 많아요. 여자들은 특수성 때문에 남자들과 분리된 공간이 필요해요. 그동안 쉼터가 없어 불편함이 많았죠.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까지 머물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수니따 씨가 쉼터를 열어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하는 것인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네팔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여성쉼터에 대해 물어왔다.

급한 경우 집을 내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 고니스 씨도 생활하는 가정집에 오랜 기간 머무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처음 청주네팔쉼터를 열었을 때처럼 여성 쉼터도 마음이 움직이며 본격화됐다. 집 주인에게 사정을 말하고 저렴한 가격에 방을 구했다.

결심은 쉽지 않았다. 유학생 신분인 부부에게 쉼터 운영자 역할은 버거운 일이다.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과 생활도 해야 하고, 기존 쉼터에 여성 쉼터까지 두 개의 쉼터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업비자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고정 수입이 없어요.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아서 수입이 보장되면 좋은데 그것도 생각처럼 되진 않더라고요. 아이들 키우랴 쉼터 운영하랴 부담이 큰 건 사실입니다."

항상 빠듯한 생활비는 여지없이 쉼터 운영비로 나갔다. 입소자들의 개인 부담금은 2만원. 하루를 있어도, 한 달을 있어도 같은 금액이다. 이 비용은 겨울철 난방비로 쓰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쉼터 운영비 마련을 위해 제1회 네팔영화제를 기획했다. 300명에 가까운 네팔 노동자들이 영화제를 찾아 지갑을 열었다. 이때 모금한 금액으로 4개월 치 월세를 선납했다.

위기 상황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수니따 씨는 몸이 먼저 반응한다. 수년간 쉼터를 운영하면서 각종 인권 사안을 접한 이유가 크다. 행동은 즉각적이었다. 통역을 해주거나 항의전화,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고 했다.

"얼마 전에는 일터에서 손가락을 잘릴 뻔한 20대 네팔 여성이 도움을 요청했어요. 사장이 치료비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했죠. 타국에서 사고까지 당했으니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수니따 씨의 계속된 항의와 요구에 해당 업체 사장은 결국 산재 처리를 하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급여를 올려주며 계속 함께 일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절단 위기에서 엄지손가락 접합수술을 받은 네팔여성은 수니따 씨에게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네팔 청년들은 연간 6천여 명 정도. 충북에만 청주와 증평, 진천, 음성 등에서 1천7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산업연수생 시절을 지나 2007년부터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고 합법적 이주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 고용주의 승인 없이 직장을 옮길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여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한다.

여성쉼터 개소 7일째. 첫 입소자는 모두 3명이다. 수니따 씨는 "한국을 찾는 네팔 여성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공동체를 만들고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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