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10.정택일 청주 금천동 '나누리장터' 사장

'나누리장터' 정택일 사장은 2천500원짜리 칼국수에 '나눔' 온기까지 담아 내놓는다.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나눔의 온기까지 꾹꾹 담은 칼국수가 있다. 단돈 2천500원.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주민센터 인근의 '나누리장터'는 그야말로 '착한' 가게다. 2009년 5월 2일 문을 연뒤 8년째 2천원대 칼국수를 내놓고 있다. 떡만두국은 3천500원. 시중가의 절반도 안되는 '착한' 가격이다.

"돈없고 배고픈 사람은 공짜, 노인들에게도 공짜로 줘요."

'나누리장터' 정택일 사장은 2천500원짜리 칼국수에 '나눔' 온기까지 담아 내놓는다. / 김미정

'나누리장터' 정택일(57) 사장은 '어려워도 내가 조금 나누면 사회가 조금씩 더 따뜻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따끈한 칼국수 한 그릇처럼 서민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주고 싶어요. 수동, 금천동에 영세민들이 가장 많다는 얘기를 듣고 그래서 금천동에서 자리를 잡았죠."

7.5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200~300명씩 찾아온다. 24시간 운영에 택시기사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이어 수동, 내덕동, 율량동, 용암동 등 4곳에 분점을 두었다. 가격은 5곳 모두 동일하다.

"칼국수 한 그릇이 어떻게 2천500원에 가능하냐고들 많이 물어보시는데 원가를 낮추는게 아니라 마음을 비우기 때문에 가능한거에요."

욕심내지 말자. 그의 인생철학이다. 2천500원짜리 칼국수를 팔면 남는 게 있을까 싶지만, 그 와중에도 정 사장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가게 오픈 이벤트로 시작한 무료급식을 4년간 이어갔다. 한달에 1천200명씩 칼국수를 대접했다. 금천동사무소에 매달 식권 1천200장을 기부해 누구든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외에도 비인가 사회복지시설에 한달에 두 번씩 50인분의 칼국수 재료를 보내줬고, 경로당 무료급식, 결식아동 돕기에도 앞장섰다. 2010년부터 3~4년간은 금천동 반찬봉사대에 매달 40만원씩 현금을 보태 독거노인과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끼니 해결을 돕기도 했다.

"진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식권을 드려도 여기에 못 오시니까 봉사자분들에게 부탁해서 포장해 갖다드리기도 했어요."

나눔의 마음에서 가게의 화장실과 세면대도 24시간 누구나 쓸 수 있게 개방하고 있다.

"한달에 수도세만 22만원이 나오는데 그래도 화장실을 개방하니까 사람들이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 왔지만 돌아오는 건 따뜻하지 않았다.

"가게 앞에 잠깐씩 차를 대놓았었는데 6개월간 불법주정차로 20번 주차딱지를 끊었더라고요. 어떤 거는 10분짜리도 있었고…. 더불어 잘 살자고 그동안 다짐해왔는데 사회는 나한테 안 그렇더라구요. 섭섭했죠. 그래서 기부도 접고 무료급식도 중단했어요."

청주시 금천동 주민센터 인근에 위치한 '나누리장터' 전경. /김용수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면서 가게 앞에 파라솔을 놓았었는데 장외영업이라며 청주시에서 단속을 벌여 벌금도 내고 영업정지도 당했단다. "그땐 참 속상하고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복지에는 돈으로 해결되는 복지가 있고,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복지가 있어요. 체감복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하고 살만한 세상으로 가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요즘은 힘이 부치네요."

이날도 정 사장은 금천동 주민센터에 기부를 하러 가던 길이었다. 가게 한켠의 모금함에 1년간 손님들이 넣어준 돈 46만원을 들고.

"나눔은 풍요로운 삶을 선물합니다. '나누리장터'는 '배려하고 봉사하는 결정체'라고 할까요. 아직 할 일이 많네요."

앞으로의 계획은 이 '나눔의 공간'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일이다.

"전국에 200개 이상의 체인점을 세워보고 싶은데 정작 하겠다는 사람이 없네요. '수익'을 포기하고 '봉사' 마인드를 가져야 하니까."

'나누리장터' 정택일 사장은 칼국수처럼 따뜻하고 든든한 '나눔'의 행로에 동행할 이들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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