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청주 불야성 분평·강서·사창동 지역

경찰이 화장실에서 구토하는 취객의 등을 두드려주고 있다.

[중부매일 송휘헌·안성수·연현철 기자] 김영란법과 최순실 국정 농단사태가 겹치면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청주 일부 번화가에서는 각종 음주사고가 속출해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10시 청주의 '핫 플레이스'로 통하는 분평동, 강서동, 사창동 일대는 '불야성'을 방불케 했다.

해당 청주지역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잠정적 사고 유발자로 변할 수 있는 술에 취한 취객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후 10시 45분 가경동의 한 술집. 손님이 술에 취해 주인에게 유리컵을 던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사건경위와 다친 부위, 손상된 물건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행패를 부린 손님은 계산도 거부한 채 줄행랑을 쳤지만 경찰들은 놀란 주인을 안정 시켰다.

오후 11시 3분 수곡동의 한 술집에서 '계산을 하지 않은채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는 만취 상태로 보이는 A(55)씨와 식당주인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식당 주인은 "8만2천원이 나왔는데 3만원만 주고 계산을 하지 않는다"며 "계산할 때 보니 돈도 충분히 있었다"고 했다.

출동한 경찰은 20분간 취객을 어르고 달랬지만 끝내 계산을 거부했다. 그에게는 5만원의 경범죄 벌금 스티커가 발부됐다.

새벽 0시 31분 산남동 한 독서실에서 취객이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는 취객 한명이 화장실에서 연실 구토를 하고 있었다. 이들의 등을 두드리는 일도 경찰관의 몫으로 돌아왔다. 이 취객은 경찰관에게 발길질을 하고 내려오는 계단에서 경찰을 밀치는 등 위험한 상황도 만들었다. 하지만 경찰은 차분히 신분을 확인한 뒤 택시를 태워 집으로 보냈다.

정신을 잃은 취객을 깨우며 안전 귀가를 권하는 모습.

같은 시각 충북대 중문 길 한복판에서 한 시민이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추운 날씨에 취객을 내버려 두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급히 현장으로 출동했다. 사고접수 4분만에 출동한 경찰이 그를 깨우니 술이 아직 덜 깬듯 알 수 없는 말을 하다 뛰어간다. 그러나 몇 미터 가지 못하고 쓰러졌다. 경찰은 쓰러진 취객를 부축해 귀가 조치 시켰다.

여기에 음주 후 폭행으로 번지는 사건도 있었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지구대에 복귀하는 도중 한 부부가 길 한복판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다급히 출동했다. 현장에는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남편과 그의 아내, 시민 B씨가 있었다. 상황을 확인해보니 이들 부부가 술에 취해 부부싸움을 하던 도중 싸움을 말리기 위한 시민 B씨가 싸움에 휘말린 상황이다. 이 밖에 친구 사이에 술을 마시고 주먹다짐을 한 사건과 술에 취한 한 여성이 남성으로 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등의 신고도 접수됐다.

이처럼 연말연시 술자리가 많아지며 일선 지구대 경찰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최성찬 순경은 "시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경찰이 있지만 경찰관도 사람"이라며 "도움이 필요해 온 것인데 경찰관들에게 막대할 때 마다 회의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술에 취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현장을 나갈 때는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주 상당·흥덕·청원 경찰서에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까지 접수된 신고 수는 190건에 달했다. 이 중 술에 취해 '집까지 귀가시켜달라', '술에 취해 근처에 있는 오토바이를 도난 당했다'는 등의 신고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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