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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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가는 요즘은 남은 며칠을 잘 마무리하려는 일상으로 분주하다. 새로운 희망을 꿈꾸면서 올해보다 나은 새해를 소망한다. 그래서 올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보기도 하고 향후 전망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국내 포털사이트 3사에서는 2016년을 정리하면서 검색어 순위를 공개했다. 네이버 집계 결과 시사 분야에서는 '최순실'이 꼽혔고 IT 분야에서는 '이세돌·알파고'가 선정됐다. 카카오와 구글(한국)에서도 '이세돌'은 종합 순위 5위와 8위를 기록했다.이는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내년에도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항인 경기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59개사를 대상으로 한 '2017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 결과, 국내경기의 본격 회복 시점에 대해 최고경영자들은 '2019년 이후'(47.1%)를 가장 높게 꼽았다. 반면 2017년이라는 응답은 12.8%에 불과했다. 지금의 경기상황을 81.5%가 '장기형 불황'으로 판단하고 있어 우려가 깊어지는 형국이다. 더욱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기업의 수익 모델이다. 현재 주요 수익원의 지속가능한 기간을 '5년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2.8%에 달했다. 규모별로 300인 이상은 '1년 이상~3년 미만'이 38.5%, 300인 미만은 '3년 이상~5년 미만'이 31.7%로 가장 높았다. 국내 산업의 부가가치 증가세 둔화와 고용창출력 약세로 인해 경제 활력이 저하되고 있는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 한줄기 부푼 기대보다 걱정을 먼저 해야 하는 내년 이후의 대비책이 절실하다.

그 단초를 '특이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이 시점을 가슴 설레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다. 지난 10월 25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특이점 즉 질적 도약이 발생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류에게 정말 큰 기회입니다. 1천억 달러 펀드도 적습니다'라고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손 회장은 인도 출신 '니케시 아로라'를 후계자로 지목하고 60세에 은퇴하겠다던 계획을 바꿔서 5~10년 뒤로 은퇴를 미루겠다고 선언했다. 이유는 인공지능이 확산되면서 정보혁명의 기회가 열린 시점에 경영을 더 하고 싶다는 묘한 욕심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이 미래 글로벌 경제 판도를 바꿀 4차 산업혁명의 선도적 CEO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국내 포털 검색어 순위와는 달리 동떨어져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0월 31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전국 제조 중소기업 300곳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중소기업 인식 및 대응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52.3%가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93.7%였다.

최근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전국 19~34세 남녀 2천명을 대상 한 '4차 산업혁명 청년인식 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청년이 60.8%로, 안다는 답변(39.2%)보다 많았다. 4차 산업혁명에 준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72.1%에 이르지만 12.4%만이 준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정의 회장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결합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신경제질서를 창조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적극적인 M&A를 추진하면서 '기업 하나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에 투자한 것'이라는 주장은 매우 시사적이다. 분명한 것은 각 나라가 승자독식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무한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기술혁신이 가져올 미래가 시작에 불과하며 전 세계를 저성장의 늪에서 구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자국의 전통적 강점을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융합시켜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컨트롤타워 구축, 인재 양성, 지식기반서비스산업 육성 등 치밀한 특성화 전략 마련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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