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실패로 끝난 청주공항 MRO·이란 투자 유치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전상헌 청장이 26일 충북도청 브리핑 룸에서 청주공항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사업과 이란과의 전통의학공동연구소 설립사업 중단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 김용수

이명박 정부의 항공정비시범단지 단독 지정 약속으로 '시동'을 건 청주공항 MRO 사업이 결국 7년만에 좌초됐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전제로 충북도와 항공업계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던 MRO는 200억원대 사업비가 투입된 용지 분양 과제만 남긴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동시에 2조원대 이란투자유치도 실패해 충북경제자유구역 사업 자체가 위협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충북도는 26일 충북경제자유구역 에어로폴리스 항공정비사업단지 1지구 MRO 사업 추진 포기를 선언했다. 또 이란전통의학연구소 설립 등 투자 건에 대해 투자금 송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 중단을 공식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주공항 MRO사업이 파국을 맞게 된 것은 '정책적 효과'만을 노린 국토부의 추진 방식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여기에다 민선 4기 정우택 전 지사는 정치적 실적에 급급했고, 민선5·6기 이시종 지사는 떠밀리듯 사업을 추진했던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당초 국토부가 2009년 12월 청주공항을 시범단지로 지정한 후 2011년 1월 발표한 공항개발중장기종합계획을 통해 개발 주체를 충북도로 명시했던 것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지자체에 개발비용을 떠넘기려는 정책에 불과했다. 특히 민간 추진 주체가 불분명한 상태였으나, 지자체와 항공업계는 국토부에 막연한 기대감만 갖는 상황이 지속됐다.

충북도와 MOU체결 후 2014년말 사업 철회를 선언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충북도에 무상용지를, 정부에는 6천억원대 지원을 요구하다 결국 경남행(行)을 택했다. 이후 한국항공우주산업와 국토부는 '사업계획서 제출과 보완 요구' 절차를 두차례 진행했으나, 아직 사업 향방은 묘연하다.

충북도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이탈 후 사업을 협의했던 아시아나가 지난 9월 불참을 선언하자 3개월만에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청주공항 MRO 단지 조성에 투입된 비용에 대한 정부 보상을 요구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충북도는 정책적 결함과 항공업계의 '복잡한 셈법' 틈바구니에서 오락가락 하다 결국 '좌초'했다는 평가가 가능하게 됐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항공정비사업에 대해 정부가 지원 의지를 보인 후 경쟁 방식(지자체+항공업체 사업계획서 평가)으로 변경한 것은 무책임한 정책이었다"고 진단했다.


이란전통의학연구소와 생산시설 설립 등 오송지역에 대한 2조원대 투자 역시 '물거품'이 됨에 따라 2013년 2월 지정된 '충북경제자유구역'이 위협을 받게 됐다.

충북도는 이날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이후에도 해외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미국 상원의 이라제재법 연장 통과(12월 1일) 등 국제적인 제재 회귀 조짐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어 투자가 어렵다는 게 이란측 책임자의 답변 이었다"고 밝혔다.

충북도는 청주에어로폴리스 1지구 4만2천평 중 2지구와의 연결통로(1만5천평)을 제외한 2만7천평을 공항활성화 대비 지원 시설(화물터미널 등)로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2지구는 항공복합산업단지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아예 경제자유구역에서 배제해야할 상황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란 투자 유치 실패 역시 '외자유치'가 전제돼야할 충북경제자유구역 존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산업자원통상부가 전국 경제자유구역을 대상으로 성과평가를 통해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상헌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이날 이시종 지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지사는 아시아나 불참 선언 직후 전 청장의 사표를 한차례 반려했으나, 이번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충북도의회 항공정비산업점검특별위원회는 이날 "사업포기 선언과 경자청장 사퇴에 대해 도민의 뜻을 전폭 수용한 것이어서 환영한다"며 "경자청과 충북도가 고심해서 내놓은 결론이라고 생각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특위는 또 "사업실패에 대해 조금이나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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