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지현동 카페거리] 재능기부·지역주민 자발 참여 테마별 문화·예술거리로 재탄생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서울의 삼청동이나 연남동은 카페거리로 유명하다. 한 때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보잘 곳 없는 지역이었지만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면서 지금은 서울 최고의 명소가 돼 외국인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지역의 경쟁력은 지역이 갖고 있는 특색을 살린 차별화에 있다. 충주시 지현동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골목길과 언덕길에 문화와 예술을 접목시켜 차별화된 경쟁력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낡은 담장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이어져 있던 충주시 지현동이 새로운 변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현동은 오래된 주택과 좁은 골목길이 마치 미로처럼 얽혀 있는데다 언덕길이 유난히 많아 그동안 다소 어둡고 후미진 지역으로 인식돼 왔다.

지현동 주민들은 이곳의 골목길과 언덕길에 문화와 예술을 접목시켜 추억과 정겨움이 넘쳐나는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지난 2013년부터 골목골목의 담장마다 추억이 깃든 벽화를 그려 넣고 골목길에 각양각색의 꽃을 심었다. 주민들은 꽃을 심기 위해 직접 제작한 방부목 화단과 벽걸이형 화분을 공목 구석구석에 설치했다.

충주여성미술가회(회장 장명남) 회원들에게 재능기부를 받아 골목길 주택의 낡은 담장을 벽화로 채웠다. 벽화에는 김경구 동화작가를 비롯한 시인과 학생들의 글도 삽입해 시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특히 틀에 박힌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반영구적이고 입체적인 벽화를 조성했다.

지현동 골목이 추억을 깃든 골목길로 조성되면서 2015년에는 한·중 합작영화 '아망천당'이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되기도 했다.

지현동주민센터에서 구어머니회관 방면으로 올라가는 언덕 중턱의 용운사 맞은편에는 '사랑이 꽃피는 계단'으로 이름 붙여진 높은 언덕길이 있다. 여기에는 장명남 작가의 다양한 타일작품이 장식돼 계단을 오르면서 작품을 하나씩 감상할 수 있다. 야간에는 은은한 LED조명이 비쳐져 계단 전체가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연상케 한다.

지현동 골목길은 재즈길과 동화길, 산토리니길, 사과나무 계절길 등 테마별로 구분돼 이름이 붙여져 있다. 골목길과 언덕길에 나름대로의 사연을 부여해 감성있는 문화와 예술의 거리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지현동 골목길의 변신은 동과 주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만든 공동작품이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지현동의 골목길과 언덕길이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로 바뀌면서 최근 이 지역에는 분위기 있는 카페와 커피숍 등이 계속 생겨나 자연스레 카페거리가 조성되고 있다.

낡은 건물을 그대로 살려 영업 중인 카페 '째즈와 산조'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늘기 시작해 최근에는 지현동주민센터 옆 골목길과 제2로터리에서 사직산으로 향하는 언덕길 중턱 등에 7∼8개의 카페가 생겨났다. 특히 오래되고 낡은 기존의 건물이나 한옥을 개조해 만든 정감어린 카페들이 마치 서울의 삼청동이나 연남동 카페거리처럼 이 곳을 충주의 새로운 명소로 탄생시키고 있다.

젊은이 몇명이 청년창업을 통해 카페를 여는 등 지현동을 찾는 젊은이들의 발길도 점차 늘고 있다.

지현동주민센터 인근에 자리잡은 파스타와 피자전문점 '벨라루나'는 호주의 호텔에서 근무했던 젊은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곳으로 음식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 레스토랑의 주인은 충주청년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충주로컬여행지원센터를 통해 외국인들의 숙박을 위한 게스트하우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제 2로터리에서 사직산으로 올라가는 언덕 중턱에 최근 문을 연 '커피路 1번가'는 100년 가까이 된 낡은 한옥을 최대한 살려 개조한 카페로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잇다.

이 일대가 카페거리로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카페 이름을 '커피路 1번가'로 지었다는게 주인의 설명이다.

기존 한옥의 대들보와 천정 등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한 이 카페는 언덕 중턱 높은 축대 위에 조성돼 입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커피색 파라솔이 설치된 넓은 테라스에서 눈 아래 전경을 내려다 보면서 마시는 커피맛이 일품이다.

여기서는 전문 바리스타가 제공하는 각종 커피와 음료는 물론, 다양한 수입맥주와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언덕 아래 하천가에 자리잡은 커피전문점인 '또랑가 사랑채'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이곳도 오래된 주택을 그대로 살려 정감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지현동에 있는 카페나 커피전문점 가운데 프랜차이즈형 카페나 커피전문점은 단 한곳도 없다.

틀에 박히지 않고 그저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진 카페들이 다양한 모습과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처럼 카페가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현동 카페거리를 찾고 있으며 자주 찾는 단골고객도 꽤 늘었다.

한 때 밤이면 어둡고 후미졌던 골목길이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조명으로 분위기 있는 거리로 바뀌고 있다.

지현동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홍석중)는 아예 이 지역을 카페거리로 특성화시켜 충주의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해부터 주민자치프로그램에 커피바리스타 강의를 개설했다. 총 30명을 대상으로 하는 커피바리스타교육은 수강을 하려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항상 선착순으로 접수를 마감하고 있다.

이 곳에서 커피바리스타교육을 가르치는 신종윤 씨는 공직을 퇴직한 뒤 커피와 차를 공부한 전문가로 여러 군데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지현동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주민들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로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추진되는 획일화된 개발보다는 지역이 갖고 있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가는 지현동 주민들의 지역특성화 노력은 타 지역에 귀감이 되고 있다.

홍석중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어둡고 낙후됐던 지현동을 아름다운 지현동으로 변모시키고 있다"며 "아직은 미흡하지만 이곳에 카페거리를 조성해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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