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완종 사회부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인 '수암골'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무분별한 난개발로 수암골의 본연의 모습을 잃고 있다. 수암골은 한국전쟁 이후 울산 23육군병원 앞에 천막을 치고 살던 피란민들이 청주로 이주해 자리를 잡은 '달동네'다. 달동네는 무허가 주택과 오래된 불량주택이 모여 있는 도시 저소득층 밀집구역으로 하꼬방, 하꼬방촌, 산동네 등으로도 불린다. 피란민들은 이곳에서 몇 평 남짓한 공간을 형성하고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최근 가난한 이들의 허름한 동네로 여겨지던 이 달동네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이 곳이 대부분 높은 지대에 위치해 조망이 좋고 70~80년대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점이 부가가치가 높다고 평가된 것이다.

여기에 마을 벽면에 그려진 '벽화마을'로 유명세를 타고 드라마·영화 촬영장소 등으로 각광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지역의 대표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청주시도 수암골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계획했다. 그러나 이들 사업들이 대부분 백지화 되며 겉잡을 수 없는 난개발이 진행됐다. 우후죽순 들어선 상업시설들로 인해 지금은 카페촌을 형성하고 있다.

수암골은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다. 70~80년대 생활상을 보존한 건물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상권이 형성되며 도심 못지 않게 땅값이 올랐다. 또 원주민 세대수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수암골에서 관광객들은 추억과 낭만을 얻고 있지만 정작 마을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다. 척박한 산비탈 마을에서 어렵게 살던 사람들의 마지막 터전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하지만 행정기관은 이곳을 관광자원과 경제적 요소로만 보고 있다. 더욱이 '사유지로 손 쓸 방도가 없다'는 이유로 수암골의 난개발을 손놓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청주시의 도시계획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완종 사회부

수암골은 청주의 관광 자원이기 전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삶의 공간이다. 연예인 조형물 몇 개 세운다고 해서 주민은 반가워 하지 않는다. 그보다 이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소통하고 수암골의 역사·문화적인 가치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수암골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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