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 "잘 대처하길 바란다" vs 박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10년 간 노고 많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 뉴시스

[중부매일 김성호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6일 귀국 인사차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부디 (현 탄핵 사태에) 잘 대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번 전 총장은 이날 2분여간 이어진 통화에서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고 반 전 총장측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12일 귀국 이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10년 간 노고가 많으셨다.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셨다. 수고하셨고 축하드린다. 건강 유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박 대통령에게 재임 중 기후협약 비준과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이행 등 유엔 주요업무와 현안에 협력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이 대변인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박지원 신임 대표는 이날 반 전 총장이 박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소식을 접한뒤 "짜고 치는 고스톱이네. 죽이 잘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우리하고 멀어질 수 밖에 없다"고 국민적 지지도가 떨어진 자당의 존재감을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때리기를 통해 부각시키려는 듯 했다.

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연 후 브리핑에서 '반 전 총장이 국민의당 정체성에 맞다고 보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대표는 특히 "박 대통령이 국가원수직에서 정지된 상태인데, (반 전 총장이 박 대통령에게) 적당한 기회에 인사 드리겠다는 건 근본적으로 촛불 민심을 무시하고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으로 어딘지 좀 옳지 않다"며 "반 전 총장에겐 정체성과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도 했다.

과거 국민의 정부 당시 대북 송금문제로 옥살이를 한 박 대표의 입에서 나온 반 전 총장의 검증 요구가 왠지 어색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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