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처지의 부부가 마주보고 울다

며칠 전,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저녁을 같이했다. 서로 안부를 묻고 대답하며, 가볍게 소주 한 잔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 조부모 슬하에서 자란 친구의 이야기가 가슴에 박혀 소개하고자 한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집에서 기르던 토끼 두 마리를 망태기에 싸서 장에 팔러 가셨다. 아침에 출발한 할아버지는 석양이 드리울 때까지도 돌아오지 않으셨다. 할머니는 화롯불에 된장국을 올려놓고 친구 손을 잡고 동구 밖까지 나가 기다리시다, 멀리서 술 한 잔 드신 할아버지가 노구를 이끌고 천천히 걸어오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뒤돌아오셔서 저녁상을 준비하셨단다. 할아버지가 식사를 마치고 쌈지에서 "토끼 판 돈이요!"라며 쌀 몇 되 값도 안되는 돈을 슬며시 할머니께 밀어놓으시면,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받아들고는 부엌으로 나가시곤 하셨단다. 다음날 친구가 등교할 때 할머니가 "아껴써라 할아버지가 주시는 용돈이다"라며 꼬깃꼬깃 접은 지폐를 한두 장 주머니에 찔러주셨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 대한 존중을 이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늘 쪼들리는 살림이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부부의 지순한 사랑을 체험을 통해 배웠다는 친구의 말이 그날따라 유달리 가슴깊은 곳까지 울림으로 전해왔다.

현재 한국의 가정에서 벌어지는 目不忍見(목불인견)의 상황을 보면서 친구의 조부모 이야기는 너무나 담담하지만 더할 수 없는 여운이었다. 과연 사람은? 부부는? 가족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작은 배려와 인내. 이러한 미덕을 상실한 현대인. 과연 누가 더 행복한 삶을 살다가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漢書(한서)』 「王章(왕장)」의 고사가 생각나 소개하고자 한다.

배득렬 충북대학교 교수

西漢(서한) 때, 王章이라는 가난한 서생이 있었다. 그가 長安(장안)에서 공부할 때 그의 아내와 고생스럽지만 깨끗한 생활을 보냈다. 저녁에 잠을 잘 때 솜으로 된 이불이 없어서 부부가 '牛衣(우의: 소를 추위와 비에서 보호하기 위해 풀이나 마로 짠 거적)'을 덮고 잤다. 한번은 王章이 중병에 걸려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牛衣에서 같이 잠을 자던 아내와 서로 마주보고 울었다. 아내의 보살핌과 격려 덕분에 王章이 건강을 되찾아 열심히 공부해 나중에 京兆尹(경조윤)이 되었다. 그는 成帝(성제)의 외삼촌 王鳳(왕봉)이 무리를 이루어 권력을 가지고 놀자 成帝에게 그를 파면시키라고 요구했다가 결국 王鳳에게 해를 당하여 옥중에서 죽었다. 성어 '牛衣對泣'은 王章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낸 王章과 그의 아내. 서로를 보듬고 아끼며 역경을 뛰어넘으며 만들어지는 그 깊고 심오한 '사랑'!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이 인생의 가치와 보람을 가족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행복한 나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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