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신과의 약속, 27년간 지키고 있죠"

양승돈 충북도립교향악단 지휘자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면서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외국인은 70, 80세가 넘어서도 연주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왜 수명이 짧을까였습니다. 그래서 1991년 귀국독주회를 하면서 저 자신과 음악을 하는 동안 매년 독주회를 열겠다고 약속했죠."

양승돈(60·원광대 교수) 충북도립교향악단 지휘자가 오는 25일 오후 7시 30분 청주아트홀에서 27번째 바이올린 독주회를 갖는다.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엿보게 하는 이런 행보는 1992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원광대 교수가 되면서 더 확고해졌다. 처음에는 독주회가 양 지휘자 자신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지만, 교수가 되면서 부터는 자동적으로 학생들에게 연주자로서의 표본을 보여주고, 자기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하나의 방식을 행동으로 몸소 보여주는 음악전공 학생들의 동기부여 프로그램이 되었다.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또 2013년부터 충북도립교향악단 지휘를 맡으면서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3가지. 정확한 음정, 정확한 박자, 음악적 표현이다. 음악은 음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좋은 소리를 가지고 있어야 좋은 음악이 된다는 것이 그의 기본신념이다.

#엄격한 아버지에게 '자기 관리' 학습

양 지휘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음악교사를 하던 고모의 영향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6학년 때 고모에게 바이올린을 선물 받으면서 바이올린과 인연을 맺었다. 엄격하게 연습을 시켰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꾸준함과 성실함을 익힌 그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서울시향에 입단했다. 그러던 중 서울시향 생활 6년차가 되던 32살에 불현듯 '공부를 더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스트리아로 유학, 린츠 부르크너음악원을 졸업했다.

그는 1991년 10월 14일 충북문화예술회관에서 '양승돈 귀국독주회'를 가졌다. 이 때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이면서 음 하나 하나가 정확해야 하는 베토벤 소나타 1번과, 음악적 기교와 테크닉이 뛰어난 라벨 소나타, 그리고 달라진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보여주는 재즈풍의 프랑크 소나타를 선보이며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92년 별 기대없이 지원했던 원광대 음대 교수가 되면서 부터 '매년 독주회'는 더 확고한 자신과의 약속이 되었고, 지휘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러시아 뻬트로자보스크 국립음악원에서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하기도 했다.

# 교향악단 맡으면서 더 넓어진 음악세계

2013년 충북도립교향악단 지휘자를 맡으면서 그는 음악세계가 더 넓어졌다고 말한다. 교향악단 안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음악적 원칙은 '남들의 시선과 평가는 그 다음이고, 먼저 연주자는 내 만족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혼자하던 연주에서 벗어나 단원들과 함께 음악적 공감대를 찾아가는 과정이 그에게 이전의 만족감을 넘는 행복감을 주고 있다.

"각각의 연주자들에게 음악적 기량을 발휘하게 하면서 한 곡이 완성되기 까지는 중재자가 필요하거든요. 그렇게 완성된 음악적 희열을 단원도 느끼고 나도 느낀다는 것이 정말 보람 있어요. 그리고 그 희열이 객석까지 전달돼 반응이 올 때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낍니다."

2015년 연임으로 그가 4년째 이끌고 있는 충북도립교향악단은 현재 단원 34명과 스텝 등 총 38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충북도립교향악단은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부임 초기부터 해설이 있는 음악회, 열린음악회,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는 공연, 시군 마스터 공연, 가족사랑 음악회, 창작곡 페스티벌 등을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강릉시립교향악단과 2017신년음악회를 함께 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설립 취지에 맞게 도내 10개 시군을 대상으로 '균등한 순회공연 정착'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젠 피아니스트 딸과 함께 하는 독주회

피아니스트 양고우니

"27년이라는 세월을 지나면서 저의 바이올린 독주회 성격도 많이 변했죠. 처음에는 모든 것이 제 위주였다면, 50이 넘으면서는 피아노 연주자와 동등한 위치로 소통하게 되었고, 도립교향악단 지휘를 맡으면서 부터는 피아노, 앙상블 위주로 되더라구요. 그런데 요즘은 꺼꾸로 피아노 반주자에게 가르침을 받습니다. 하하."

양 지휘자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피아노 반주자는 다름 아닌 그의 딸, 피아니스트 양고우니이다. 그는 2010년부터는 딸과 함께 독주회를 꾸미고 있다. 연세대 음대를 마치고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음대 석사·최고연주자과정을 최우수 졸업한 딸은 그의 흐뭇한 음악적 조언자이자 동반자이다.

25일 열리는 이번 독주회의 레퍼토리는 처음으로 딸이 모두 선곡을 했다. 가장 많이 연주되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엣곡인 모차르트 소나타 K.NO.304, 딸이 유학시절 좋아했던 드뷔시 피아노 트리오 G major, 그리고 그리그(E.Grieg)의 3개의 소나타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Sonata Op.45를 들려준다. 이번 무대에는 현 충북도립교향악단 수석인 첼로 황소진도 함께 한다.

요즘에도 아침, 저녁으로 매일 2시간씩 바이올린 연습을 한다는 그는 "재능이 있는 줄도 모르고 환경에 의해, 부모님의 선택에 의해 시작한 음악인데 다행히 잘 맞았던 것 같아 부모님께 항상 감사 드린다. 나는 다른 것보다도 열심히 하는 재주를 가지고 태어난 것 같다"며 앞으로도 포용력과 치열함이 공존하는 음악세계를 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6월 30일이면 임기 만료되는 충북도립교향악단 지휘자 선임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까지 무엇이 되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한 일은 없다. 다만 열심히 하다보니까 좋은 대학에도 들어가고, 오케스트라 악장도 되어있고, 교수도 되고, 지휘자도 되어있더라"며 "지금까지처럼 내 만족, 자기 만족을 위한 삶을 살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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